
코스피가 4년 2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와 외국인 순매수세,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맞물리면서 증시가 다시 랠리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상승한 3314.53포인트로 마감했다. 이는 2021년 7월 6일 기록한 종전 최고치(3305.21포인트)를 넘어선 수치다. 장 중 한때 3317.77포인트까지 오르며 당시 장중 최고치(3316.08포인트)도 돌파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12.15포인트(0.37%) 오른 3272.20으로 거래를 개시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가 이날 종일 지속해 사상 최고점 돌파를 시도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주요 동력이 됐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780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도 9045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개인은 2조2558억원을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역시 2727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7월(2314조원) 대비 410조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번 최고치 경신은 새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글로벌 금리 인하·달러 약세 전망이 맞물린 결과로 평가된다.
지난달까지 관망세를 보였던 투자심리는 최근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개선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9월 들어 전기·전자 업종(+2.6조원)을 중심으로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이수페타시스, HD현대일렉트릭 등이 대표적이다.
또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간밤 뉴욕증시는 기술주 강세 속에 다우지수(4만5711.34), 나스닥지수(2만1879.49)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한국 주식시장 횡보의 원인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관련 매파적 움직임에 대한 우려와 (한국 정부의) 세제개편안 등 정책에 대한 실망감,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의 '인공지능(AI) 버블론' 발언으로 촉발된 AI에 대한 의구심이었지만 이제는 세 요인 모두가 완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스피는 과거에도 경제·정책적 모멘텀을 계기로 새로운 고비를 넘어왔다. 1989년에는 3저(저유가·저금리·저환율) 호황으로 1000포인트를 처음 돌파했고, 2007년에는 적립식 펀드 열풍으로 2000포인트에 진입했다. 2021년에는 '동학개미 운동'으로 3000포인트를 넘긴 바 있다.
이날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고치 경신 기념 행사에서 “한국거래소도 최선을 다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준비하겠다”면서 “상장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노력을 지속해 유도하고, 불공정거래 시장감시를 강화 및 24시간 거래, 결제주기 단축 같은 거래인프라 혁신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도 10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내용 기사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기도 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