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재무당국이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는 내용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했다. 외환시장 개입은 환율이 과도하게 불안할 때만 고려하며 무역 경쟁을 위한 통화 가치 조작은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는 1일 이같은 내용의 환율정책 합의문을 발표했다.
한미 간 환율은 지난 4월 미국 측 요청으로 2+2 통상협의 의제에 포함됐으며 재무당국 간 고위·실무급 협의에서 논의돼왔다.
수출이 늘어나 원화 수요가 늘면 원화 가치가 상승해 무역수지 악화 요인이 된다. 원화 수요는 다시 줄어들고 원화 가치도 하락한다. 이같은 국제수지의 조정 효과를 방해할 수 있는 인위적인 통화가치 조작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게 양국 간 합의의 취지다.
양국은 구체적으로 '거시건전성 또는 자본 이동과 관련한 조치'도 '경쟁적 목적의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부 투자기관의 해외투자 위험 조정이나 투자 다변화 목적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 관련 언급은 합의문에서 빠졌다. 재무부는 지난 6월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가 원화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외환당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과 650억 달러 규모의 외환 스와프를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를 시장 개입 사례로 지목한 것이다. 국민연금 외환스와프는 당초 미국 측이 제시한 초안에는 포함됐지만 정부 측의 설명과 설득으로 최종안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환율 변동에 대한 개입도 '환율의 방향과 관계없이 대칭적'이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통화가치 절하·절상 중 어느 한쪽의 경우에만 개입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현재 분기별로 공개되는 시장 안정 조치는 대외 비공개를 전제로 월별로 미국 재무부에 공유하기로 했다. 월별 외환보유액과 선물환 포지션은 국제통화기금(IMF) 양식에 따라 공개한다. 이는 이미 정부가 이행 중인 내용이다. 연도별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 정보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 내용은 정부의 환율 정책 기본 원칙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평가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양국 재무당국 간 긴밀한 소통과 신뢰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