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채권, 대기업 줄고 중소기업 늘었다···생산적금융 양극화 될라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심각한 내수 부진 속에 한국 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과 가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 5개월 사이 기업·가계 연체율이 높게는 0.2%포인트(p) 이상 뛰었다. 특히 가계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지표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사진은 16일 서울의 한 골목상권. 2025.6.16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심각한 내수 부진 속에 한국 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한계 기업과 가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미 올해 들어 5개월 사이 기업·가계 연체율이 높게는 0.2%포인트(p) 이상 뛰었다. 특히 가계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지표는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사진은 16일 서울의 한 골목상권. 2025.6.16 m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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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부실채권이 기업 규모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대기업 부실채권은 대폭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고정이하여신은 증가세를 보이면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새 정부 생산적금융 기조 속에서도 은행들이 회수 가능성이 높은 대형채권 위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면서 중소기업 금융 접근성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중소기업 고정이하여신은 2조93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2조8049억원 대비 1257억원(4.4%) 증가한 규모다. 고정이하여신은 원리금 연체가 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특히 개인사업자 고정이하여신은 1조635억원으로 1분기 1조325억원보다 309억원(2.9%) 늘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경영난이 대출 부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대기업 고정이하여신은 1분기 6170억원에서 2분기 5107억원으로 1063억원(17.2%) 급감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부실채권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 흐름이다.

은행 부실채권, 대기업 줄고 중소기업 늘었다···생산적금융 양극화 될라

이 같은 차이는 은행들이 회수 가능성과 담보력이 높은 대기업 여신을 우선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형채권은 담보 가치가 높고 부실채권(NPL) 시장에서 매각도 용이해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 지표 개선에 즉각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4대 은행 NPL 매각 규모는 2조15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BIS 자기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정리에 적극 나서면서 매각 시장도 활성화되고 있다.

은행권이 대기업 위주로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것은 회수 가능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여신은 NPL 시장에서도 투자자 선호도가 높아 매각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된다. 반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여신은 담보 가치가 낮고 회수 과정도 복잡해 은행들이 정리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중소기업 여신 여력을 더욱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환율 변동성 확대와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금융 접근성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통상 부실채권 규모가 커질수록 은행이 해당 분야 대출을 내주기 꺼리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 정리가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면서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여신 여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면서 “특히 은행이 환율과 가계대출 축소 등을 이유로 건정성 관리에 나서며 생산적금융 핵심인 기업대출이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