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칼럼>감사라는 말의 기적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

인생을 돌아보면 눈물겹게 사랑하고, 가슴이 미어지도록 외로워하며, 쓰러질 만큼 아파본 날들이 있었다. 그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 순간들이야말로 지금의 나를 피워낸 '감사의 꽃'이었다는 것을.

지난달 나는 내 생애 첫 시집 '마음의 주인이 되는 길'을 펴냈다. 그동안 나름 마음공부를 해왔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세상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흔들릴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진심으로 '마음의 주인이 되자'는 다짐으로 시집을 냈다. 그 여정의 첫머리에 있었던 단어가 바로 '감사'였다.

감사는 단순한 예의가 아니다. 그것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다. 열두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기울어진 가세 속에서 세상을 원망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청년기에는 고시 낙방 아홉 번, 절망의 벽 앞에서 “왜 나만 이렇게 힘든가”를 되묻던 날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깨달았다. 감사는 결과가 아니라 태도이며, 태도가 달라지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고시 10년, 석사 13년, 박사 10년. 남보다 느리게 걸었던 그 길 위에서 나는 감사의 진짜 얼굴을 배웠다. 감사하기 전에는 세상이 나를 시험하는 듯했지만, 감사하기 시작하자 세상은 나를 돕기 시작했다. 감사라는 말 한마디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씨앗이 되었고, 그 씨앗은 어느새 내 삶의 뿌리가 되었다.

그동안 공직생활과 대학 총장으로서의 길에서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예산의 압박, 제도의 벽,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 좌절할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감사하다. 이 어려움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그렇게 하루하루 감사의 마음을 놓지 않았을 때, 놀랍게도 길이 열리고 인연이 이어졌다.

[에듀플러스]<칼럼>감사라는 말의 기적

감사는 상황을 바꾸는 마법이 아니라,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수행이었다. 불평은 마음의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감사는 영혼의 샘을 채운다. 비교는 마음을 메마르게 하지만, 감사는 내면을 채운다. 결국, 비교하면 불행이 오고, 감사하면 행복이 찾아온다.

요즘 우리 사회는 불안과 냉소가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다. 경제는 얼어붙고, 정치와 세대의 갈등은 깊어졌다.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며, 비교하는 언어가 일상이 됐다. 그러나 불평으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감정의 언어가 거칠어질수록 공동체의 온도는 낮아지고, 영혼의 근육은 약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제도나 구호가 아니라, 감사라는 가장 따뜻한 인간의 언어다.

감사는 상처를 위로하고, 관계를 회복시키며, 공동체를 다시 연결하는 힘이 있다. 기업의 조직문화에도, 학교의 교정에도, 가정의 식탁에도 감사의 언어가 스며들면 놀랍게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불안한 시대일수록 감사는 마음의 백신이다. 비판보다 감사의 말을, 불만보다 고마움을 전할 때, 우리는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도 하루를 시작하며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하고,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함께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 마음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감사는 회복의 언어이며, 생명의 언어다. 감사할 이유가 있어서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기에 이유가 생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간다. 숨 쉬는 일, 밥을 먹는 일, 누군가가 나를 불러주는 일조차도. 그러나 어느 날 그 모든 '당연함'이 멈추었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그것들이 얼마나 놀라운 선물이었는지를. 작은 감사는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마음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다. 감사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힘이다.

오늘 하루, 한 잔의 물에도, 한 줄기 바람에도, 작게라도 감사해보자. 그 작은 감사가 내 안의 기적을 불러온다. 이제 '감사합니다'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회복 선언문이 되어야 한다. 고난은 나를 꺾기 위함이 아니라, 내 안의 사랑을 피우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안다. 인생은 단 한 번의 여행이지만, 그 여정은 작은 감사로 완성되는 기적임을.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 gby33@hanmail.net

◆공병영 글로벌사이버대 총장=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실 비서실장, 교육부 교육안전정보국장, 충북도립대 6~7대 총장을 거쳤다. 현재 글로벌사이버대 총장을 맡고 있으며, 제13대 한국원격대학협의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