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공계 석·박사 인력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3년 이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의 경우 그 비중이 70%에 육박했다. 한국의 경직된 연공서열 중심 임금 체계가 핵심 이공계 인력 이탈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3일 발간한 '이공계 인력의 해외유출 결정요인과 정책적 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외 이공계 인력 270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체류 이공계 인력 42.9%는 “향후 3년 내 외국으로의 이직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5.9%는 이미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거나 인터뷰 등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젊은 인력들은 해외 이직을 원하는 비중이 70%에 달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되는 조선·플랜트·에너지 부문에서도 약 40% 이상이 3년 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을 내놨다. 7.1%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체류 이공계 인력이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주된 요인은 단연 금전적 이유에서다. 국내 이공계 인력 절반 이상이 연봉 수준에 대해 '불만족' 또는 '매우 불만족'이라고 응답한 반면 해외 인력은 비중이 20% 미만에 그쳤다. 분야별로는 바이오·제약·의료기기, 전기전자·반도체, IT·소프트웨어·통신 순으로 불만족 비중이 높았다. 특히 전기전자·반도체와 자동차·모빌리티 분야는 국내 평균 연봉이 높은 편임에도 석·박사급 인력들은 기업 성과에 비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 중에서는 20대(72.4%)·30대(61.1%)·40대(44.3%) 순으로 해외 이직 의향이 강했고, 실제로 계획을 짜고 있는 인력의 비율은 30대(10.4%)에서 가장 높았다. 이직을 원하는 이유(1∼3순위)를 묻자 66.7%가 금전적 이유를 꼽았다. 연구 생태계·네트워크(61.1%)·기회 보장(48.8%)·자녀 교육(33.4%)·정주 여건(26.1%)이 뒤를 이었다.
근무 연수별 평균 연봉 역시 국내외 격차가 컸다. 해외 체류자는 13년차에 36만6000달러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다. 반면 국내 체류자는 19년차에 최고점(12만7000달러)을 찍었다. 국내 이공계의 평균 연봉은 근무연수에 따라 완만하게 상승하는 반면, 해외 인력의 평균 연봉은 경력 초반 급격히 증가한 뒤 연차와의 상관관계가 사라지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준 한은 거시분석팀 과장은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성과에 기반하고 유연한 임금·보상체계로 바꿔야 한다”면서 “정부도 인적자본 투자에 세제 인센티브와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