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한 소녀가 친부와 계모의 학대 속에서 구출됐다. 발견 당시 14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불과 16kg밖에 나가지 않아 현지 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 등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오나이다 경찰 당국은 지난 10일 피해자 친부인 월터 굿맨(47), 계모 멜리사 굿맨(50), 계모의 친딸인 사바나 레피버(29), 케일라 스템러(27) 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에게는 아동에 심각한 신체적 피해를 초래한 만성적 방임 혐의 3건, 아동에 정서적 피해를 초래한 만성적 방임 혐의 2건이 적용됐다.

이 사건은 지난 8월 21일 피해자 친부인 월터가 “딸이 아파서 토하고 있다”며 911에 신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발견 당시 피해자는 극심한 저체중에 영양실조 상태였기 때문에 아동 학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구조자는 “6~8세 어린이 정도로 보였다. 쇄골과 흉곽, 엉덩이뼈가 매우 도드라졌다”고 설명했다.
병원에 입원한 당시 피해자의 몸무게는 35파운드(약 16kg)에 불과했다. 신체 곳곳에서 멍과 욕창이 발견됐으며 심각한 영양실조, 저체온증, 저혈당, 다발성 장기 기능 부전 징후도 확인됐다. 심각한 건강상태에도 불구하고 5년간 의료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
용의자 월터는 “딸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으며 잠을 자지 않아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마른 것이다. 아이가 먹기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머물던 방에는 폐쇄회로(CC)TV 카메라도 발견됐다. 월터는 딸이 자해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CCTV를 설치했다고 주장했지만, 녹화된 영상에서는 자해 행동이나 불면 증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관 및 의료진은 “영상에서는 피해자가 종종 살갗을 뜯어먹는 모습도 보였지만, 병원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수면에도 문제가 없었다. 법의학적 면담에서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조사 과정에서 학대 관련 진술도 확보됐다. 월터의 친구는 “딸이 말썽을 부리면 밥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지 말라고 하자 '딸을 침실에 가두고 카메라를 설치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진술인은 “딸을 어떻게 대했는지 따져 묻자 월터는 '딸을 숲 어딘가에 남겨둘 수만 있다면 두고 가버릴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용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자폐 스펙트럼도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의 초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던 교사는 “아이는 친절하고 말이 많은 아이였다. 섭식 장애도 없었고, 자폐 스펙트럼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특수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피해자는 병원 입원 당시 의료진이 푸딩을 주자 “아빠가 엄청 화내실 거다. 내가 이렇게 많이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간식을 먹으며 기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아동이 먹기를 거부했다는 주장과 달리, 의료진은 “입원 기간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나열하며 눈을 반짝였다”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