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사진·영상 조작 '납치 사기' 기승… 美 FBI도 경보 발령

캐시 파텔 FBI 국장. 사진=연합뉴스
캐시 파텔 FBI 국장.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납치된 것처럼 보이도록 사진·영상을 합성한 뒤 금전을 갈취하는 범죄가 미국 전역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공식적으로 경고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엑시오스와 FBI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SNS에 올라온 사진을 정교하게 조작해 허위 납치 상황을 연출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범죄가 일어난 듯 공포심을 자극해 협박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FBI는 “온라인에 공개된 사진을 악용해 가짜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며 “실제로 납치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가족들이 두려움에 속아 송금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기범들은 먼저 “가족을 데려갔다”는 메시지를 보내 금품을 요구하고 거부하면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한다. 이후 피해자가 증거를 제시하라고 하면 AI로 제작된 가짜 사진이나 영상을 전달해 믿도록 만든다.

합성된 이미지에는 멍 자국이나 결박 흔적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돼 당황한 가족들이 실제 상황으로 오해하고 돈을 보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문신 위치가 바뀌거나 신체 비율이 어색한 흔적 등 합성의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전해졌다.

또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메시지 기능을 활용해 피해자가 이미지를 충분히 살펴보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시간을 빼앗는 기법도 동원된다.

FBI는 “가족만 아는 비밀 확인 질문을 미리 정해두고 협박성 사진을 받으면 즉시 저장해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며 “돈을 보내기 전 반드시 당사자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얼굴 사진이나 개인 정보를 무심코 온라인에 올리면 범죄자가 이를 악용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