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 모델 소개, 향후 확산 전략 모색

산업통상자원부 '전후방 가치사슬 디지털전환(DX) 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노후 제조설비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전환 성과를 공유하는 현장 시연회가 12월 10일 포항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제조업 전반의 중소·중견기업이 실제 생산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전환 모델을 소개하고, 향후 확산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연회는 포항 소재 반도체 공장 건축에 특화된 데크플레이트 제작·설치 전문업체인 제일테크노스에서 개최되었다. 제일테크노스를 중심으로, 슬리팅 코일을 공급하는 가치사슬 후방 기업인 대덕금속, 레트로핏 시스템을 개발한 코아칩스와 DX솔루션을 개발한 에이엠스퀘어 등 디지털전환 기술 공급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에 참여했다. 이번 사업은 개별 공장 단위가 아닌, 원자재 공급부터 가공·출하에 이르는 전후방 가치사슬 전체를 디지털 기술로 엮어 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시연회의 핵심은 20년 이상 노후화된 용접 설비를 디지털 기반으로 완전히 재구성한 '레트로핏' 기술이다. 기존 설비는 핵심 공정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어 작업자의 육안이나 수작업 샘플링에 의존해 검사를 해야 했고, 이 때문에 불량 발생 후 원인 추적이 어렵고 숙련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발생하는 구조였다. 사업을 통해 각종 공정·설비 데이터와 영상 정보를 함께 수집·표시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설비 상태와 공정 품질을 확인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설비에는 영상 정보와 함께 다양한 설비·공정·환경 데이터가 수집되고, 이 모든 정보는 멀티모달 CMS(상태 모니터링 시스템)로 통합된다. 공정 상태와 품질지표가 실시간으로 시각화되며, 필요시 MES 등 상위 시스템으로 연동된다. 설비 전체를 관통하는 '디지털신경망'을 이식한 셈이다.

품질 판정은 레트로핏 시스템이 수집한 각종 센서 파형을 정밀 분석하는 신호처리 알고리즘과 AI 기반 분석 기법을 결합해 수행된다. 공정 중에 수집되는 센서·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분석함으로써 용접 상태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불량 경보와 함께 관련 영상과 데이터가 함께 저장되도록 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부분 샘플링 검사에서 벗어나 전수에 가까운 자동 검사 체계와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가 가능해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행사는 특정 AI 알고리즘 성능을 보여주기보다는, 센서·신호처리 기반 품질 판정 로직에 AI를 결합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기술 공급사들은 기존 설비 구조를 크게 변경하지 않고 센서·CMS·AI를 하나의 레트로핏 패키지로 구현해, 다른 공정과 산업에도 비교적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했다. 소프트웨어와 처리 프로세스는 원격 업데이트(OTA)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참여 기업들은 이번 사업을 통해 품질 검사 자동화와 설비 가동 상태 가시성 향상, 작업자 의존도 완화 등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품질 기준을 데이터 기반 기준으로 전환함으로써, 세대교체와 인력 변동에도 안정적인 품질 관리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번 시연회를 계기로 '전후방 가치사슬 디지털전환(DX) 혁신지원사업단'의 이종석 국립금오공과대학교 교수는 “전후방 가치사슬을 하나의 디지털 생태계로 묶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이러한 DX협업지원센터의 레트로핏 컨설팅·PoC(개념증명) 등과 같은 선행 사업의 좋은 결과와 연계해 현장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치사슬 통함 생산·품질·설비 관리 등 혁신 경영을 중점 지원하고 정착시키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조현보 경북산업DX협업지원센터 포항 책임자인 POSTECH 교수는 “제조업 전반에서 노후 설비를 교체하기보다는, 기존 설비에 디지털 신경망을 이식하는 레트로핏 방식의 디지털전환 모델을 확산해 나가도록 컨설팅·PoC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