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체국이 은행 창구...지방 금융 공백 메운다

우체국=전자신문DB
우체국=전자신문DB

새해 상반기부터 전국 우체국에서 시중은행 업무를 받을 수 있다. 우체국 은행 대리업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가능해진 변화다. 특히, 금융 사각지대에 놓였던 중소도시와 농어촌 주민들의 불편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우체국의 은행 업무 위탁을 통한 은행 대리업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지정으로 우체국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대출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됐다.

우체국에서 이용 가능한 서비스는 대출 상담과 신청, 서류 접수 등이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같은 개인 대출부터 소상공인 대출까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한다. 대출 심사와 최종 승인은 각 은행이 담당한다. 우체국이 은행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방식으로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것과 똑같다. 우체국과 은행 간 시스템 연결과 직원 교육을 거쳐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이번 조치는 지방에서 은행 영업점이 빠르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10년간 수익성이 낮은 지방 점포를 대거 정리했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이 확산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유지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 지방 영업점은 2014년 이후 약 30% 감소했다. 특히 인구 10만 명 이하 중소도시에서 감소폭이 컸다. 일부 군 단위 지역에서는 은행 점포가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문제는 은행 창구를 이용해야 하는 고령층과 금융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워 여전히 대면 창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까운 은행이 없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반면, 우체국은 전국에 3500여 곳이 촘촘히 분포돼 있다. 읍·면 단위까지 빠짐없이 자리잡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금융당국은 이런 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방의 금융 공백을 메우기로 한 것이다.

금융권은 이번 조치가 지방 주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은행 점포가 없는 지역에서도 필요한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층과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은행들도 긍정적이다. 영업점 운영 부담을 줄이면서도 지방 고객과 접점을 유지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방 대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2025 은행 점포수 변화 추이. 사진=은행연합회
2023~2025 은행 점포수 변화 추이. 사진=은행연합회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