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패턴 학습…맞춤 솔루션
2030년 337조 시장 급성장
보안 강화·플랫폼 주권 숙제
가전과 주거 공간이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홈' 시대가 도래한다. 과거 스마트 홈이 스마트폰 앱으로 외부에서 전원을 켜고 끄는 제어 방식이었다면, AI 홈은 기기가 사용자 생활 패턴을 학습해 최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단계다. 가전제품 자체가 'AI 에이전트'가 된 셈이다.
◇삼성전자·LG전자, K-AI 홈 고도화 '박차'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AI' 전략을 필두로 사용자 지시 없이도 작동하는 '앰비언트 AI' 시대를 열고 있다. 이는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배경처럼 작동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고성능 연산은 클라우드에서, 빠른 반응과 보안이 필요한 작업은 기기 자체(온디바이스)에서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했다.
갤럭시 스마트폰의 '나우 브리프' 기능이 아침 기상 시 날씨와 스케줄을 브리핑해주고, '펫 케어' 기능은 로봇청소기가 반려동물의 짖는 소리를 감지해 진정시키는 음악이나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주거 공간 전체로 확장하기 위해 삼성물산 등과 협력해 조립식 주택 '스마트 모듈러 홈'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LG전자는 기술을 넘어 인간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감지능'을 비전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핵심은 생성형 AI를 탑재한 홈 허브 '씽큐 온'이다.
씽큐 온은 집안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24시간 연결하고, 사용자와 일상 언어로 대화하며 문맥을 파악해 기기를 제어한다. 사용자가 “나 왔어”라고 말하면 별도 명령없이 거실 조명을 켜고 에어컨을 가동해 맞춤형 환경을 조성한다.
LG전자는 AI 홈을 대화로 제어하는 '반응형'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목적을 이해하고 기기를 스스로 조율하는 '자율형'까지 4단계로 고도화하고 있다.
![[신년기획]산업별 AI 전망 - 'AI홈'이 알아서 가전제어…에너지 절감·돌봄서비스 척척](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28/news-g.v1.20251228.27bf4db9e1da48a5866385bc84a5c7d5_P1.jpg)
◇급성장하는 AI 홈 시장…구글 플랫폼 흡수 전략 '가동'
글로벌 빅테크 구글 공세도 거세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탑재 제품과 방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앞세워 플랫폼을 확장 중이다. 스마트폰과 AI 스피커를 허브로 제조사와 관계없이 여러 기기를 플랫폼으로 흡수하는 전략이다. 가전사 입장에서 협력자 겸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의미다.
열띤 경쟁에는 폭발적인 시장 성장성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5년 1205억달러(약 178조원) 규모인 세계 AI 홈(스마트홈) 시장은 연평균 13%씩 성장해 2030년 2286억달러(약 33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 수요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홈은 사용자 일상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체감도가 높은 분야는 에너지 절감과 돌봄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AI 절약 모드를 통해 전력 사용량이 치솟는 시간대를 피하거나 불필요한 가전 작동을 차단해 전기료 부담을 낮춘다. 사회적 안전망 기능도 구체화됐다. 삼성전자 패밀리 케어는 홀로 사는 노인이 일정 시간 동안 냉장고 문을 열지 않거나 TV를 켜지 않으면 가족에게 알림을 전송해 각종 위험에서 보호한다.
◇AI 홈 열풍 선결과제
기기 간 연결성 확대에 따른 보안 위협과 플랫폼 주권 확보가 선결 과제로 지목된다. 네트워크 연결 가전이 늘어나며 해킹이 가능한 진입 경로가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AI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수집되는 개인 라이프로그 데이터 보호도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보안 이슈 해결과 플랫폼 주권 확보가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다.
심우중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글로벌 빅테크가 개방형 표준 매터로 가성비 좋은 중국산 하드웨어와 플랫폼을 결합해 시장을 잠식할 경우, 하드웨어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이 오히려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연결성을 넘어 강력한 사이버 보안과 소비자에게 확실한 경제적 가치를 누가 먼저 제공하느냐가 승부처”라고 덧붙였다.
OS 중심 생태계 확장 필요성도 제기됐다. 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자체 OS로 생태계를 장악해야만 하이얼·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따돌릴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까지 아우르는 한국형 AI OS 구축 여부가 미래 생존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