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디지털전환] 피지컬 AI 시대, 맞춤형 '구축'을 넘어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

김준범 네이버클라우드 상무
김준범 네이버클라우드 상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AI 전략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 분야는 초대규모 자본과 데이터, 글로벌 플랫폼을 보유한 소수 국가와 기업이 주도하는 구조로 빠르게 고착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이 동일한 방식의 추격 전략만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

반면 AI가 물리적 환경과 결합하는 '피지컬 AI' 영역은 우리에게 새로운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 제조, 반도체, 로봇, 통신 인프라 등 하드웨어(HW)와 기반 환경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은 이 융합의 영역에서 확실한 승부수를 띄울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제 막 태동하는 피지컬 AI 시장은 아직 표준화된 규격이나 명확한 기능 정의가 부족한 상태다. 제조 현장마다 적용되는 HW마다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이다. 현재로서는 고객의 특수한 니즈에 맞춰 시스템을 구축해 주는 시스템통합(SI)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접근법임은 부인할 수 없다. 현장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초기 적용 사례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SI 기업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피지컬 AI의 미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할 때, 고민이 필요하다. 피지컬 AI는 한 번 구축하고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현실 세계와 부딪히며 데이터를 쌓고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는 '지속적인 프로젝트'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이 수많은 차량의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 순간 똑똑해지듯, 피지컬 AI의 경쟁력은 확장성과 지속적인 업데이트에 있다.

따라서 초기 단계의 맞춤형 구축 경험을 발판 삼아, 점차 범용적이고 확장 가능한 '플랫폼 형태의 프로덕트 구조'로 생태계를 진화시켜 나가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매번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수고를 덜고, 공통된 HW·소프트웨어(SW) 기반 위에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올라갈 수 있는 유연한 플랫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엔비디아가 로봇 개발을 위한 디지털트윈 및 시뮬레이션 기반 플랫폼을 제공하고, 테슬라가 자동차를 SW 플랫폼화했듯 우리 기업도 HW의 파편화를 극복하고 외부 개발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대차의 SDV 전환이나 네이버클라우드의 K디지털트윈플랫폼 시도 등이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할 변화의 시작이다.

앞으로의 정책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산업별로 파편화된 피지컬 AI 구축 경험을 공통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표준화·모듈화된 플랫폼 구조를 유도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트윈, 시뮬레이션, AI 학습데이터를 포함하는 공공·민간 공동 활용 기반을 조성해 중소·중견기업도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공공 조달과 실증 사업 역시 단기 구축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플랫폼 확장성과 생태계 기여도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최고의 제조업 및 HW 경쟁력, 그리고 세계적인 수준의 플랫폼기업이라는 훌륭한 재료를 가지고 있다. 이 재료가 단발성 요리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표준 레시피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 및 기술모델의 진화가 필수적이다. 다양한 산업분야의 SI를 통해 축적한 현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플랫폼 생태계로 나아가는 지혜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준범 피지컬AI 글로벌 얼라이언스 솔루션분과 분과장·네이버클라우드 대외정책협력 상무 junbeom.kim@naver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