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임신부가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에게도 임신을 유지하고 장기 기증을 통해 다른 아기들에게 새 생명을 전달했다.
21일(현지시간) 폭스13 등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임신부 캐서린 모른하인웨이와 남편 앤드류 포드는 지난 7월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가 무뇌증을 가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무뇌증(無腦症; anencephaly)은 태아의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는 희귀 선천성 질환이다. 태어난 뒤에도 생존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의료진은 임신 중절을 권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캐서린 부부 의사로부터 임신 중절을 권유 받았지만 남들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다. 아이를 출산해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결심이다.
캐서린은 자신의 아기가 무뇌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자신과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사례를 찾아봤다고 한다. 그러던 중 메디컬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무뇌증 아기를 낳은 산모가 장기 기증을 선택하는 에피소드를 보고 영감을 얻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두 사람은 아기의 이름을 '헤이븐'(Haven)으로 지었다. '어둠 속의 빛'이자 '안식처'를 상징한다.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도시, 윈터헤이븐을 지나던 중 이름을 짓게 됐다.
헤이븐은 지난 11일 HCA 플로리다 브랜든 병원에서 태어났다. 부부는 딸을 품에 안고 예정된 이별을 준비했다.
장기 및 조직 기증 기관 라이프링크 관계자는 “생명을 구할 이식 수술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아기의 장기를 기증할 목적으로 만삭까지 임신을 유지한 여성의 이야기는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대단한 가족”이라고 말했다.
장기 기증이 예정된 날 병원 관계자는 복도에 줄지어 헤이븐의 마지막과 아기가 구하게 될 생명들을 위한 '명예의 행진'을 벌였다.
헤이븐의 아버지 앤드류는 “헤이븐은 가슴에 기대어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며 “이보다 더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할 방법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헤이븐의 심장 판막은 다른 아기들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가족은 “헤이븐의 유산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져 영원히 남을 것이라는 사실이 슬픔을 견딜 수 있도록 해 준다”며 “헤이븐이 구한 생명들 속에서 헤이븐의 심장은 계속 뛸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