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본인 이름 건 '전함' 이어 '케네디 센터'에도 이름 걸어

항공모함에 퇴직 대통령 이름이 관행…현직 대통령은 처음
케네디 센터 하루만에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명칭 변경
해체 명령한 싱크탱크도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변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례를 깨고 본인의 이름을 미국 곳곳에 내걸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러라고 자택에서 최대 25척의 신형 군함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신형 군함 '트럼프급 전함'을 발표했다.

존 필런 미국 해군장관에 따르면 첫 트럼프급 전함은 'USS 디파이언트'가 된다. 필런 장관은 “전세계 대양을 통틀어 가장 크고 가장 살상력이 크고 가장 다양한 능력을 갖췄으며 가장 멋있는 군함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해군은 20세기 초부터 생존 인물의 이름을 군함에 붙이는 것을 피해왔다. 1994년 닉슨 행정부때 일부 바뀌었지만 여전히 현직에 있는 대통령이나 장관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피했다. 또한 관행상 전함에는 주 이름을 붙이고, 대통령의 이름은 항공모함에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설계가 시작된 초기부터 전함에 현직 대통령인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가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명칭이 변경됐다. 사진=EPA 연합뉴스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가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명칭이 변경됐다. 사진=EPA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도 워싱턴DC의 공연장인 '존 F. 케네디 기념 공연예술센터'에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어 소송에 휘말린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집권 2기에 취임하면서 진보 진영과 '문화 전쟁'의 일환으로 케네디 센터 기존 이사진을 물갈이하고 직접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지난 18일 케네디 센터 명칭을 '트럼프-케네디 센터'로 변경하고 하루만에 건물 외벽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소속 오하이오주 하원의원이자 케네디 센터 이사회 당연직 이사인 조이스 비티는 트럼프 대통령이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법을 고의로 어겼다”며 소장을 제출했다.

미국평화연구소가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변경됐다. 사진=AFP 연합뉴스
미국평화연구소가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변경됐다. 사진=AFP 연합뉴스

이달 초에는 “쓸모없다”며 해체를 지시한 비영리 싱크탱크에도 자신의 이름을 걸었다. 미 국무부는 지난 3일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협상가를 기리기 위해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이름을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미국평화연구소는 1984 미 의회에 의해 설립된 독립 기관이다. 행정부와 별도로 평화 증진, 갈등 예방 및 종식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재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이 기관을 해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10개월 만에 '취임 1년도 채 되지 않아 8차례 전쟁을 종식한' 자신의 이름을 걸어야 겠다며 다시 문을 열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