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을 비롯한 정책금융기관이 새해 1월부터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투자 시장에 뭉칫돈을 공급한다. 연초 국민성장펀드의 직접 지분 투자에 이어 상반기 중으로 대규모 펀드 자금이 공급될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은 새해 1월부터 정책성펀드 조기 투입을 위한 모펀드운용사 모집을 개시한다. 간접투자의 경우 직접 지분투자와 달리 추가 민간 자금 모집 과정이 필요한 만큼 속도감 있는 자금 집행을 위해 조기에 모집 절차에 들어간다.
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모험자본 투입이 상반기 집중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내년 중 정책성펀드 목적으로 투입되는 첨단전략산업기금의 규모만도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2500억원 상당의 재정보강에 산은 등 정책자금 규모도 1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전체 간접투자 펀드 조성 규모 목표만도 7조원에 이른다.
통상 벤처펀드 형태로 운용되는 블라인드펀드 출자 규모만도 5000억원 상당에 이르는 만큼 새해 출자 사업에 거는 기대가 예년 대비 크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23일 공개한 산은, 기업은행·신보·기보 등 4개 정책금융기관의 자금공급계획 규모도 252조원에 달한다. 특히 새해 신규 사업으로 선정된 핵심광물 및 재생에너지(풍력), 반려동물산업 등 분야에 간접투자 목적의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모펀드 시장도 경쟁 구조로 짜여질 가능성이 크다. 새해 신규 조성되는 블라인드 펀드의 경우 기존의 혁신성장펀드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일부 운용된다. 기존의 혁신성장펀드, 반도체생태계펀드 등을 운용하던 신한자산운용이나 한국성장금융 외에도 추가 모펀드 운용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5000억원 규모의 스케일업펀드, 5년간 2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자금회수펀드 등을 포함하면 운용사 선정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산은에서는 펀드 목적에 맞춰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운용사 선정 공고를 낸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금융당국 역시 코스닥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 안팎으로 모험자본 투자에 대한 기대가 커진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자금 공급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업계는 출자금 확보를 위한 준비를 마친지 오래다. 이미 국민성장펀드의 주요 산업별 배분 계획이 세워진 만큼 투자 수요를 확인해 경쟁력 있는 부문을 중심으로 펀드를 결성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분야에 1조2000억원, 반도체에는 8600억원, 이차전지에는 8200억원 상당을 간접투자 방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바이오·백신, 미디어·콘텐츠 분야 간접투자 지원 금액도 각 5400억원 안팎으로 집계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새해 출자 사업은 워낙 규모 있게 진행되는 것 뿐만 아니라 국민참여형펀드까지 다양한 형태로 운용되는 만큼 미리부터 준비에 나서고 있다”면서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주된 숙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