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이를 규율하는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다듬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특히 고영향 AI의 기준 등 모호한 기준이 국내 기업에 외려 역차별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면밀한 설계가 중요합니다.”
정원준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시행을 앞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기본법)에 대해 “AI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정이 폭넓게 담겼지만 규제 관련 규정이 미흡하다”면서 이처럼 진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AI법제팀장을 맡아 이번 AI 기본법 및 하위법령 제정 r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온 연구자다.
그는 지난해 12월 22일 입법예고를 마친 시행령이 규제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했다. 정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구체적인 의무사항이나 적용 방안이 추후 나올 고시나 가이드라인에 위임되어 있다”면서 “규제 규정이 디테일하지 않아 어디까지 준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과 논란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영향AI 범위 기준을 꼽았다. AI기본법에 따르면 고영향AI를 제공하는 기업은 사전 검토와 주무부처 확인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기준의 상당 부분이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연구위원은 “확인 제도 운영 등 부처의 행정적 판단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우하게 되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면서 “고영향AI 기준과 예시 등을 현장 목소리에 맞춰 끊임없이 보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기본법 제정 이후 추가로 손봐야 할 법·제도도 적지 않다. 정 연구위원은 “저작권법 외에도 딥페이크 등과 같이 AI 불법적 사용에 대해서는 AI 기본법이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 영역에서 개별 법령에 대한 심도 있는 입법 논의가 병행되어야만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는 의미다.
![[신년기획]한국형AI 필승카드 “AI기본법 책임 넘어 전략담아야…모호한 가이드라인 기업 족쇄”](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24/news-p.v1.20251224.3a492d3eb9314b8ebb26a97421dc3e5c_P1.jpg)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제조 인공지능전환(AX) 정책에 대해서는 '데이터 권리' 정립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박 연구위원은 “(제조업에서) 공정이나 설비 데이터 권리를 누가, 얼마나 가져갈 것이냐와 같은 부분은 결국 계약의 영역”이라면서 “각 기업·주체들이 계약을 통해 데이터 사용 및 수익 권한을 명확히 설정할 수 있도록 관련 계약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진흥 정책 지속 추진을 위한 거버넌스의 정비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연구위원은 “AI 수석 비서관 직책을 신설하는 등 많은 노력이 여전히 실무 조직이나 인프라가 부족해 부처 간 조율에 한계가 있다”면서 “각 부처의 데이터 책임관을 국가 차원 데이터 전략 수립과 AI 융합을 주도하는 '전략관' 수준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전략 수립 단계부터 부처가 적극 관여하고 민간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짜야 한다는 구상이다.
박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AI 기본법 연성 규범(가이드라인) 해석에 의존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법률 단위에서 규범 주체를 구분하고 차등적으로 규율하거나, 면책·예외 규정을 명확히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기업과 정부 양쪽에서 규범적 판단이 명확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속 시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