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도 '체험형' 시대…英, 25세 미만 청년에 1년간 유급 복무 추진

영국 육군 병사들. 사진=연합뉴스
영국 육군 병사들. 사진=연합뉴스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영국이 25세 미만 청년을 대상으로 1년간 유급으로 군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의무 복무제가 아닌 '선택형 군 체험'을 통해 청년층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27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내년 3월부터 '군 기초 훈련 프로그램(Armed Forces Foundation Scheme)'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1년 동안 육군·해군·공군 가운데 한 곳에서 복무하며 기초 군사 훈련을 받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바로 결정하지 않은 청년들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는 젊은 층에게 급여를 받으며 군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영국 정부는 참가자들이 군사 훈련뿐 아니라 물류, 공학, 공급망 관리 등 민간 부문에서도 활용 가능한 기술을 배우고, 문제 해결 능력과 팀워크, 리더십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훈련 내용과 급여 수준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나, 일반 신병 기준으로 연간 약 2만6000파운드(약 5000만원) 수준의 급여가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초기 단계에서 약 150명을 선발해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향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영국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배경에는 만성적인 병력 부족 문제가 있다. 영국은 1960년 의무 복무제를 폐지한 이후 모병제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10여 년간 매년 병력 모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0월 기준 영국 정규군 규모는 약 13만7000명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당시 집권당이던 보수당이 조기 총선 공약으로 의무 복무제 부활을 검토할 정도로 병력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됐다.

영국 하원 국방위원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군 인력과 장비 부족을 신속히 해결하지 않을 경우 고강도 전면전에 대응할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군에서는 8명이 전역할 때 5명만이 새로 입대하는 등 인력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번 제도와 관련해 “젊은이들에게 군이 제공하는 기술과 훈련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국방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영국의 이번 군 체험 프로그램이 호주가 10여 년간 운영해 온 'ADF 갭 이어(Gap Year)' 제도를 모델로 삼았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 역시 청년층의 군 복무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선 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