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화폐 가치 사상 최저로 '폭락'… 분노한 상인들 거리로

2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상인들의 시위. 사진=EPA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상인들의 시위. 사진=EPA 연합뉴스

이란의 화폐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폭락하자 분노한 상인들이 거리로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29일(현지시간) AP 통신은 이란 국영방송을 인용해 “이란의 달러환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모하메드 레자 파르진 중앙은행 총재가 사임하자 3년만에 최대 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시위는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 사아디 거리와 시장인 그랜드 바자르 인근 슈쉬 지역에서 벌어졌다. AP는 “시위를 주도한 점주와 상인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2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상인들의 시위. 사진=AFP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상인들의 시위. 사진=AFP 연합뉴스

이란 국영 통신사 IRNA는 “이란 중부 이스파한, 남부 시라즈, 북동부 마슈하드를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도 유사한 시위가 벌어졌다”며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이 정도 대규모 시위는 3년만에 발생했다. 앞선 시위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 구금 중 사망한 사건이 도화선이 돼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이란 리알화는 전날 기준 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급락했으며, 시위 당일에는 138만 리알로 소폭 회복했다. 하지만 파르진 총재가 취임했을 당시인 2022년 43만 리알인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환율은 3배 넘게 오른 상태다.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면서 이란의 식료품 및 여러 생필품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또한 최근 휘발유 가격 변동까지 도입돼 상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가통계센터에 따르면 12월 이란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2.2% 상승했으며, 식료품 가격은 72%, 의료 및 보건 용품 가격은 50%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초인플레이션(하이퍼인플레이션)' 징후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란 정부가 3월 21일(이란의 설날 '노루즈')부터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라는 현지 관영 매체 보도가 나오면서 국민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

지난 2015년 핵 프로그램에 대한 엄격한 통제를 약속한 이란은 국제 제재가 해제됐을 당시 달러당 3만 2000리알 수준의 환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JCPOA)에서 미국의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의 화폐 가치를 추락하기 시작했다. 또한 중동 전쟁 재발 우려가 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