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에 문제가 많습니다. 왜 10개를 만드는 건지? 왜 그 대상이 거점국립대인지, 거점국립대라는 말은 또 누가 만든건지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앞서 지방대학을 살리자고 많은 예산을 들여 글로컬 대학을 선정해 놓고, 또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이와 상반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한 지방 국립대 총장이 '에듀플러스' 인터뷰를 통해 한 말이다. 마치 어릴 적 아버지와 큰 형 밥상은 윗목에, 막내와 여동생 밥상은 아랫목에 따로 두고 차별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실제 의아한 것이 있다. 교육 당국은 지방대를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강화하기 위해 2023년부터 '글로컬 대학 30'을 지정하고 있다. 지정된 대학은 5년간 1000억원을 지원 받는다. 일부 대학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매칭 지원으로 최대 2000억원까지 받는다.
현재 글로컬대학에 지정된 국공립대학은 강원대(국립강릉원주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국립목포대, 국립순천대, 국립안동대(경북도립대), 국립창원대(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립남해대·한국승강기대), 부산대(부산교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국립공주대), 충북대(국립한국교통대) 등이다.
이 중 거점국립대이거나 함께 합병이 예정된 대학을 제외하면 국립목포대, 국립순천대, 국립안동대, 국립창원대가 남는다. 이 대학은 글로컬 대학 지원은 받지만,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에서는 배제되는 셈이다. 이렇다면 정부 예산 총 3조원을 투자하는 글로컬 대학 사업을 왜 하는걸까. 대학가에서 얘기하듯 정말 지방 대학 통폐합 차원으로 총 3조원을 투입하는 걸까.
지방 사립대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 수준의 대학을 지방 곳곳에 만든다면, 주위 대학은 어떻게 될까. 급격하게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사립대가 아무리 투자를 하고, 우수 인재를 모집하려 해도, 정부 지원으로 출발선부터 한 참을 앞서있는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포함되는 국립대를 앞설 수 없다.
글로컬 대학에 선정돼 많은 예산을 지원 받는다 하더라도, 이런 경쟁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지방의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글로컬 대학을 만들기 위해 쏟아 부은 막대한 정부 예산은 몇몇 거점국립대를 제외하고는 결국 의미없이 쓰인 예산이 될 수도 있다.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한 제안을 하고 싶다. 해당 지역에 특화된 산업 기반으로, 특화된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에 예산을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 특화 영역 없이, 있더라도 광범위한 영역이 아닌 지역 맞춤형 특화인재를 양성하는 형태로 지방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창원이면 창원 지역에 맞는 산업 인재를, 목포면 목포 지역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세계적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
전국에 서울대 같은 모든 분야의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을 전국에 10개나 만든다는 것 자체도 쉽지 않지만, 그 효과도 거두기 쉽지 않을 것이다. 왜 지방의 학생들이 서울로 올라오는지, 부산대·경북대 같은 좋은 대학이 단지 서울에 있다는 이유 만으로 서울권 대학에 왜 밀리는지 원인을 알아야 한다. 왜 지방에 있으면서도 포스텍이 우수 대학이 됐는지가 해답이 될 것이다.
네덜란드에 와게닝겐대가 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지 모르나, 네덜란드 생명과학도시 와게닝겐시에 위치한 공립대학이다. 이 대학은 식품농업분야에서 세계적 명문대학인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을 제치고 세계 1위 대학으로 인정 받는다. 네덜란드 내에서도 수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암스테르담대를 제치고 전체 대학 순위 1위를 기록한다. 참고할 가치가 있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