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세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이 단단해질수록 암은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암 치료 효과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수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교수팀과 조원우 연세대 의공학과 교수팀은 공동 연구로 종양 미세환경의 '기계적 강성'이 암세포 악성화와 치료 저항성을 유도하는 핵심 기전임을 규명했다. 공동 연구팀은 이 같은 기전을 정밀 모사할 수 있는 3D 바이오프린팅 기반 암 모델도 개발했다.
종양 조직은 정상 조직에 비해 단단한 특성을 띤다. 이러한 특성은 암의 진행, 전이, 약물 저항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종양 미세환경에서 발생하는 기계적 스트레스가 세포 내 신호전달을 어떻게 활성화하고 악성 표현형을 유도하는지에 대한 기전은 실험 모델의 한계로 인해 명확히 규명되지 못했다.
공동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탈세포화 세포외기질(dECM)과 알지네이트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바이오잉크를 개발하고, 강성을 5~55kPa(킬로파스칼, 탄성계수 단위) 범위로 정밀 조절할 수 있는 3차원 종양 미세환경 플랫폼을 구현했다. 플랫폼은 용액 속에서 직접 프린팅하는 in-bath 3D 바이오프린팅을 탑재해 동일한 크기와 구조를 지닌 암 스페로이드를 높은 재현성으로 제작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플랫폼으로 실제 전립선암 조직에서 관찰되는 정상, 중간, 고강성 종양의 미세환경을 단계적으로 정밀 재현했다.
그 결과, 강성을 높인 종양 스페로이드일수록 구조적 압축과 함께 저산소증, 상피-중간엽 전이, 암줄기세포성 및 항암제 저항성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반대로 강성을 낮추자 이러한 악성 표현형이 부분적으로 회복됐다.
해당 플랫폼은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형암에서 기계적 미세환경 기반 약물 반응 평가, 치료 저항성 기전 연구, 정밀 항암 전략 개발에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병수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종양 미세환경의 '단단함'이라는 물리적 요소가 암의 악성화와 치료 실패를 유도하는 핵심 요인임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며 “나아가 이를 체외에서 정밀하게 재현해 확인할 수 있는 3D 암 모델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부산=임동식 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