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의 활용이 본격화되면 데이터 트래픽이 크게 늘어나고 초지연 서비스를 위해 통신망 끝단에 컴퓨팅 능력을 갖춰 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통신망을 통신 3사 각자가 구축해야 한다면 엄청난 비용 때문에 실제 구축은 이뤄지기 어렵다.
반면 통신망 구축을 통신3사 공동으로 하면 비용이 크게 절감돼 AI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통신망 구축이 용이해 질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MOCN:Multi-Operator Core Network)은 표준화가 완료돼 있으며 스웨덴, 미국, 중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다. 공동으로 구축된 통신망은 재난 대비, 알뜰폰 도매제공을 통한 경쟁 활성화와 같은 공익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MOCN은 무엇이며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기지국을 포함한 무선접속망(RAN)은 하나지만 여러 사업자가 가입자 인증, 요금부과를 위한 코어망은 각자가 별도로 운용한다.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RAN을 공동으로 구축해 투자비가 절감되지만 각자 코어망을 유지할 수 있어 서비스 차별화와 요금 경쟁이 가능하다. 요즘은 하나의 통신단말이 여러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므로 공동망과 통신사별 통신망을 조합하면 통신사간 네트워크 품질 차별화도 가능하다. 3사가 나누어 공동망을 구축하고 그에 비례하여 출자 지분을 갖는다. 무선접속망 이용량에 비례해 사용료를 내게 하고 그 수익을 출자 지분에 따라 배분하면 된다. 무선접속망 구축이나 운용은 회사간 협정을 통해 실행되기도 하고 이를 위한 별도의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도 한다.
어떤 주파수를 이러한 목적에 활용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2.3㎓ 대역, 40㎒ 폭을 활용하면 된다. 파편화돼 활용성이 떨어진 700㎒ 대역도 장기적으로 정비하면 40~90㎒ 폭을 추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2.3㎓ 대역은 제4 이동통신을 위해 유보해 놓았지만 막대한 구축비를 감당할 신규 사업자는 없다. 700㎒ 대역의 경우 재난용으로 20㎒폭이 사용되고 있을 뿐이며 방송용 30㎒폭과 이동통신용 40㎒폭은 여러가지 이유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
재난 대응을 위해 국가가 전국적인 통신망을 별도로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는 현행 방식은 많은 투자비와 운용비가 필요해 효율적이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재난 대응을 위한 통신망 구축과 운용을 통신사가 부담하도록 하되, 평시에는 통신사가 일반가입자 용도로 이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재난 발생 시에는 해당 대역을 재난대응기관만 사용하면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요즘 휴대폰은 여러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재난 대역을 사용하지 못해도 별 문제가 없다. 미국의 재난 안전망인 퍼스트넷(First Net)은 민간사업자가 구축하되 평소에는 사업용 목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행 정부구축-정부운용 방식에서 민간구축-정부운용 방식으로의 단계적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알뜰폰은 저렴한 요금상품을 통해 그 간 국민의 통신비 절감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알뜰폰은 통신사의 기존 상품을 단순 재판매하는데 그치고 있고 최근 도매대가 규제 일몰과 전파사용료 부과로 인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알뜰폰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낮은 가격에 통신망을 제공해주는 통신사업자가 꼭 필요하다. 성공적인 통신사업자 신규 진입이 알뜰폰 안착의 강력한 촉매제라는 것은 프랑스 프리모바일, 일본 라쿠텐모바일, 미국 T모바일 등의 해외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알뜰폰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코어망을 갖추게 하고, 3사가 공동으로 구축한 접속망을 알뜰폰이 통신3사와 같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새로운 통신사업자 신규 진입과 동일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정부가 공동 구축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통신사의 투자 부담을 완화해주면 통신사는 AI 시대에 부합한 훌륭한 네트워크를 적절한 시기에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재난 대응과 알뜰폰 도매제공이라는 공공 의무를 부과하는 만큼 정부도 주파수를 무료 또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적절하다. 우선 당장은 비어있는 2.3㎓대역의 공동 할당과 통신망 구축을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700㎒대역을 정비하는 것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소중하고 희소한 자원이 파편화돼 낭비되는 것은 꼭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환정 한국ICT폴리텍 대학 학장 yhj3133@ic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