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권석윤)은 이대희 합성생물학연구센터 박사팀이 여러 유전자를 한 번에 빠르고 정확하게 조립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조립 플랫폼 'EffiModular'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미생물로 의약품이나 친환경 소재를 만들려면 여러 개 유전자가 서로 균형을 이루며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에는 유전자를 하나씩 순차적으로 이어 붙인 뒤 단계마다 결과를 확인해야 해 여러 유전자를 동시에 조립하기가 쉽지 않았고, 성공률에도 한계가 있었다. 반면, 개발 플랫폼 기술은 커넥터를 활용해 여러 유전자를 마치 레고 블록처럼 한 번에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 결과, 단 한 번의 실험으로 최대 8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조립하면서도 80% 이상 높은 성공률을 확보하며, 기존 대비 유전자 조립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연구팀은 EffiModular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바이오파운드리 자동화 시스템에 해당 기술을 적용했다.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이자 기능성 식품 원료로 널리 알려진 베타카로틴 생산 과정을 모델로 유전자 조합을 다양하게 바꿔보며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단 3일 만에 베타카로틴을 만드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 효모 균주의 120가지 버전을 만들어 냈다. 이는 수개월이 걸리던 기존 미생물 설계 방식과 비교하면 연구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이다.
또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120종의 균주에서 베타카로틴 생산량을 비교해 분석한 결과, 특정 유전자(crtI) 작동 정도가 전체 생산량을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다른 유전자들이 충분히 활성화돼 있더라도 특정 crtI 발현이 약할 경우 전체 생산량이 크게 제한된다는 사실을 대규모 실험 데이터를 통해 명확히 입증한 것이다.
이는 소수의 실험 결과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생물 설계를 체계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신약 후보 물질 개발, 친환경 에너지 생산 등 바이오 산업 전반에 걸쳐 미생물 설계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대희 박사는 “EffiModular는 자동화 연구 인프라와 잘 맞도록 설계된 기술로, 바이오파운드리 환경에서 고속·대량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며,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설계 기술과 결합할 경우 차세대 바이오 연구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Trends in Biotechnology'에 1월 14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