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시장 규제 주도권을 둘러싸고 두 번째 기싸움에 돌입했다. 지난해 대선 이후 조직개편을 둘러싼 1차 신경전에 이어 이번에는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과 검사권 확대 요구가 쟁점이다. 양 기관 기싸움 속에서 은행지주와 금융권은 규제 압박 강화를 우려하며 긴장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이 되면 2009년 1월 이후 17년만의 재지정이다. 금감원은 여당과 국회를 상대로 공공기관 재지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금융위는 따로 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이달 중순 업무보고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독원과 금융위 관계는 금융위설치법에 명시돼 있다”고 선을 그으며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또 누가 어떤 방식으로 민주적 통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안팎금감원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공공기관 재지정에 명분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감원은 현재 불공정거래 조사에 한정된 수사 범위를 금융회사 검사, 기업 회계감리, 민생금융 범죄 전반으로 확대해 달라고 금융위 등에 요청한 상태다.
은행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싼 양 기관 사이 미묘한 알력도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중순 8대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돌입했다. 금감원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와는 별도로 진행하는 점검이다.
당초 금감원은 단독으로 TF를 구성해 금융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개선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초 금융위가 TF에 합류하면서 논의 범위가 법·제도 개선으로 확대됐다. 금융위 참여로 법률 개정까지 검토 대상에 포함되면서 금융지주 부담이 커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특별점검과 금융위가 참여한 TF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사실상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며 “양 기관이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다 보니 금융권을 향한 요구사항만 늘어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금융지주들은 양 기관 신경전이 장기화할 경우 규제 환경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방향이나 검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양 기관이 각자 입장을 관철하려 할 경우 일관성 없는 규제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검사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