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심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24시간·365일 거래가 가능한 토큰화 증권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이를 위한 규제 승인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주식시장은 평일 정해진 시간에만 거래가 가능하고, 거래 체결 이후 실제 결제까지 다음 영업일로 단축된 T+1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NYSE의 모회사인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구상 중인 새 플랫폼은 블록체인을 활용해 거래·결제·청산 과정을 대폭 단축하고, 주말이나 야간에도 거래가 가능한 구조를 목표로 한다.
ICE는 이 플랫폼이 △24시간 거래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결제 △달러 단위 주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자금 정산 등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NYSE 정규 시장을 즉각 대체하기보다는, 디지털 방식으로 발행·관리되는 주식을 거래하는 별도의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전통 금융권의 디지털 자산 편입은 거래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인 비자(Visa)는 지난해 9월 '비자 다이렉트(Visa Direct)'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USDC를 활용한 지급·정산 파일럿을 공개하며 디지털 자산 도입을 본격화했다. 이후 12월에는 미국 내 결제 네트워크에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정산을 공식 도입하고, 정산 수단으로 서클(Circle)의 USDC와 솔라나(Solana) 블록체인을 채택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도 토큰화가 본격화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2024년 3월 미국 국채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BUIDL'을 출시했다. 해당 펀드는 퍼블릭 블록체인 상에서 펀드 지분을 토큰 형태로 발행·관리하는 구조로, 출시 이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이보다 앞선 2021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머니마켓펀드 'FOBXX'를 운용해 왔다. 펀드 지분을 토큰 단위로 일대일로 대응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전통 금융상품을 온체인에서 관리하는 모델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은행권의 움직임도 구체적이다. JP모건은 2020년대 초반부터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기관 고객 간 결제·정산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예금 기반 토큰을 활용한 24시간 결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BNY 멜론은 2022년 10월 미국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수탁을 지원하는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 플랫폼을 가동한 이후,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함께 취급하는 수탁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제도권 편입 사례도 있다. 홍콩은 정부가 직접 토큰화된 디지털 채권을 발행하며, 공공 채권 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스위스와 싱가포르 등 주요 금융 허브 역시 규제 체계 안에서 디지털 증권 발행·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