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두고 제약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제네릭(복제약) 중심 산업 구조를 혁신 신약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약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나, 업계는 급격한 약가 인하가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을 훼손하며 제약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민의힘 백종헌·한지아·안상훈 의원 주최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 정책토론회에서는 보건복지부 약가 산정체계 개편안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발제를 맡은 박관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약사)는 과거 사례를 들며 신중한 접근을 요청했다.
박 변호사는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당시 건강보험 약품비 비중은 시행 2년 후 다시 반등해 재정 절감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반면 제약업계 고용은 즉각 감소하고, 원가 절감을 위해 저가 해외 원료 의존도가 높아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역시 “한국 제약기업은 제네릭 판매 수익을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독특한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며 “기계적인 약가 인하는 신약 개발 수익원을 차단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생존 위기를 호소했다.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은 “약가를 53%대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은 체감상 20% 안팎의 가격 인하”라며 “국내 제약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인 상황에서 정부원안대로 약가를 낮추면 기업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업계 연간 매출이 약 3조6000억원 줄고, 1만5000명 업계 종사자 고용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는 “약가 인하 피해가 R&D 투자를 주도하는 상위 기업에 집중되는 모순이 있다”며 “정부가 원하는 '건전한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R&D를 주도하던 기업들의 '캐시카우(수익원)'가 말라버려 모든 기업이 하향 평준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학계에서는 정부 규제 방식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권혜영 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은 약가(Price)를 낮춰도 사용량(Volume)이 늘어나는 약물(약) 사용 구조로, 제네릭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한 전례가 없다”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상한가만 통제할 것이 아니라, 가격을 낮춘 약이 시장에서 더 많이 선택받도록 가격 경쟁이 작동하는 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제도 개편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보완책 마련을 시사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이번 개편의 목표는 단순한 약제비 절감이 아니라, 제네릭 위주의 산업 구조를 혁신 신약과 필수의약품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목표”라며 “2012년 약가 인하 당시의 문제점 등을 인지하고 있으며, 국산 원료 사용 의약품에 대한 우대와 혁신성 가산 기간 확대 등 보완책을 마련해 합리적 안을 도출하겠다”고 설명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