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규모의 경제'를 겨냥했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4년째 표류하고 있다. 양사는 사실상 공동 운영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통합의 종지부를 찍지 못했다. 국내 OTT 몸집불리기가 지연되는 동안, 글로벌OTT의 국내 시장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일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CJ와 SK가 지난 2023년 12월 티빙과 웨이브 합병 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합병 절차를 시작한지 2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토종 OTT 1·2위 간의 합병 추진은 글로벌 OTT의 확산에 맞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두 서비스 합병은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경쟁당국의 문턱도 넘었다. 공정위의 승인 직후 양사는 티빙과 웨이브를 모두 이용 가능한 '더블 이용권'을 출시했고, 9월에는 CJ ENM이 SK스퀘어가 보유한 웨이브 전환사채를 인수하며 재무적 절차도 마쳤다. 하지만,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 등 주주동의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합병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OTT와 토종 OTT간 격차는 확대됐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지난해 12월 월간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같은해 1월 대비 13.7% 증가한 1444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티빙은 같은기간 증가율이 0%였고 웨이브는 오히려 6% 감소했다. 월평균 MAU도 티빙(727만)과 웨이브(419만)를 합쳐 1200만에 못 미쳤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 인수 경쟁에 뛰어드는 등 추가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서며 경쟁 우위를 키우고 있다. 티빙은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해외 OTT와의 제휴를 확대하며 '반 넷플릭스 연합' 전선을 확대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실정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국내시장에서 토종 OTT와 글로벌 OTT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콘텐츠 플랫폼은 단순한 콘텐츠 유통 경로를 넘어, 자본과 창작자, 기술, 이용자가 연결되는 종합 산업 구조로 기능하며, 국가의 문화 역량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해외 서비스에 의존보다는 국내 서비스를 키워 경쟁할 수 있어야 문화·산업 종속을 피할 수 있다는 전문가와 산업계 공감대가 확산된다.
미디어 업계 전문가들은 티빙이 글로벌 OTT와 경쟁이 가능한 유일한 국산 OTT 사업자로 남은 만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도록 생태계 참여자들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물론, 통합 티빙·웨이브는 CJ ENM과 SK스퀘어의 연합을 넘어 국내 OTT·콘텐츠 시장의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플랫폼 개방성을 강화하고, 생태계 내에서 충실한 역할을 제안하는 것은 합병 전제 조건으로 손꼽힌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국내 OTT시장은 가입자가 순증하지 않는 포화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며 “구조개편 등의 계기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를 찾지 않으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강세는 고착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