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 효과가 30배 이상 강한 메탄가스는 자연 속에서 유용한 자원인 메탄올로 바뀌는 반응이 일어난다. 이 반응이 어떤 원리로 진행되는지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아 과학계의 난제로 남아 있었다.
이러한 '자연의 마법'이 이승재 전북대학교 교수팀 (황윤하·박소연 대학원생)의 연구로 마침내 그 베일을 벗었다. 이 교수팀은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을 활용해 자연계에서 메탄가스를 메탄올로 바꾸는 단백질 복합체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원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트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최신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메탄은 강력한 온실가스이지만 연료 등으로 널리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자연계에서는 일부 미생물이 가진 '수용성 메탄모노옥시게나제(sMMO)'라는 단백질이 메탄을 메탄올로 바꾸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 단백질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며 반응을 일으키는지는 지금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의 X-선 결정학 연구 방식은 단백질을 고정된 결정 상태로 만들어 분석해야하기 때문에, 물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단백질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승재 교수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극저온 전자현미경 기법을 도입했다. 이 방법은 단백질을 영하 180도 이하로 급속 냉동해 자연 상태에 가까운 구조를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7개 이상의 폴리펩타이드로 이루어진 복합체가 서로 결합과 해리를 반복하며 메탄을 메탄올로 바꾸는 과정을 단계별로 확인했다.
그동안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만 알려졌던 메탄 산화 반응이 실제로 어떤 구조 변화와 순서로 진행되는지를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전북대를 중심으로 국내외 연구진이 공동으로 수행했다. 제1저자인 황윤하 대학원생은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류범한 박사)과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 의과대학 연구진(Edwin Pozharski 교수)과 협력해 고해상도 구조 분석을 수행했다. 지역거점국립대학도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주도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이승재 교수는 “이번 성과는 메탄을 활용한 친환경 연료 생산과 인공 촉매 개발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동시에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전북대학교 글로컬 TOP100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C1 가스 리파이너리 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전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