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한 체험형 공원에서 호랑이 수십 마리가 잇따라 숨지는 일이 발생해 당국이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2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관광객이 호랑이를 직접 만질 수 있는 치앙마이 타이거 킹덤 내 두 개 구역에서 최근 2주 사이 호랑이 72마리가 폐사했다.
현지 축산 당국이 사체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개홍역으로 알려진 디스템퍼 바이러스와 호흡기 감염을 유발하는 미코플라스마균이 확인됐다.
디스템퍼는 호흡기·소화기·신경계를 침범하는 감염병으로, 잠복기를 거친 뒤 초기에는 기침과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신경계까지 번지면 경련이나 마비로 악화될 수 있다. 감염 개체의 침이나 소변, 기침·재채기 등을 통해 쉽게 전파되며 치사율은 최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환은 주로 개에서 발생하지만, 호랑이 같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도 감염될 수 있다. 1994년 아프리카 세렝게티에서는 디스템퍼 확산으로 사자 약 1000마리가 목숨을 잃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원 측은 23일 죽은 호랑이 사체를 화장한 뒤 매장 처리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에 폐사한 72마리가 시설 내 전체 240여 마리 가운데 일부라고 전했다. 다만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축산 당국 관계자는 “이상 징후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상태가 상당히 진행된 뒤였다”며 “호랑이는 개나 고양이에 비해 질병 증상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예비 검사에서는 고양이 파보바이러스로 불리는 범백혈구감소증 원인 바이러스도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환은 성체 기준 치사율이 80%를 넘는다.
한편 동물권 단체들은 이번 사태가 관광 산업을 위해 사육되는 야생동물의 열악한 관리 환경을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태국 야생동물보호재단은 성명을 통해 “사육 야생동물 시설이 감염병 확산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