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맞은 학교 옆에 '무덤 구덩이' 수십개…美 공습에 초등학생 175명 숨져

폭격 피해가 발생한 초등학교 인근 공동묘지에서 인부들이 수십개의 무덤 구덩이를 파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폭격 피해가 발생한 초등학교 인근 공동묘지에서 인부들이 수십개의 무덤 구덩이를 파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의 여자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17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대거 희생된 이번 사건은 국제사회의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3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란 남부 미나브에서는 희생자들을 위한 대규모 합동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수천명의 조문객들은 관을 실은 트럭 주변에 몰려들어 오열했고, 일부는 관 위에 사탕과 장미 꽃잎을 뿌리며 애도를 표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이슬람공화국을 지지하는 구호도 이어졌습니다.

학교에서 약 8㎞ 떨어진 공동묘지에서는 다수의 시신을 한꺼번에 안치하기 위해 인부들이 대형 구덩이를 파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이란 교원단체협의회 캐나다 주재 대표 시바 아멜리라드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사망자가 너무 많아 지역 영안실이 수용 한계를 넘었다”며 “희생자들의 시신을 보관하기 위해 냉동 차량까지 동원됐다”고 밝혔습니다.

폭격을 당한 학교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병영 및 지원 시설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가디언이 확인한 영상과 위성 사진에 따르면, 학교 인근 단지에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의무사령부' 간판이 걸린 의료 시설과 약국, '혁명수비대 문화 복합단지'로 표시된 체육관·콘서트홀로 추정되는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학교 건물과 운동장은 혁명수비대 부지와 담으로 분리돼 있었으며, 학교 시설이 군사적으로 활용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아동용 미끄럼틀과 의자, 훼손된 교과서와 학용품 등 어린이들이 사용하던 물품들이 잔해 속에서 발견됐습니다.

유네스코는 성명을 통해 “학습을 위해 마련된 공간에서 학생들이 살해된 것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학교에 보장된 보호 권리를 중대하게 위반한 행위”라고 규탄했습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파키스탄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안고 배움을 위해 학교에 가던 소녀들이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번 폭격은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45분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개시한 직후 이뤄졌습니다. 같은 날 이란 수도 테헤란 나르막 지구의 한 고등학교도 공습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인권단체들은 이 공격으로 학생 2명이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