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중고에 직면했다. 인도 등 중저가 시장에선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칩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있고, 중동에서는 전쟁 여파로 물류와 유통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제품별 세분화 전략 등 중저가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과 점유율 방어 전략을 가다듬는 일이 삼성전자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 시장에서 갤럭시A06 5G, 갤럭시A17, 갤럭시F17, 갤럭시F36, 갤럭시M17, 갤럭시M36 등 보급형·중저가 스마트폰 가격을 인상했다.
인도 시장에서 올 1월 이후 두 번째 가격 조정이다. 모델별 인상 폭은 다르지만 갤럭시A06 제품의 경우 최소 500루피(약 8100원)에서, 갤럭시A17 모델은 최대 3000루피(약 4만8600원) 가까이 올랐다.
앞서 삼성전자는 필리핀에서도 갤럭시A07(4GB 램) 가격을 지난해 7990페소(20만 원)에서 올 해는 9990페소(25만 원)로 25% 올렸다. 태국, 베트남 등 지역에서도 가격 인상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업계는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원가 부담을 가격 조정 배경으로 지목한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모바일 D램(LPDDR) 96Gb LPDDR5 가격은 지난해 3분기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AI연산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수급난이 지속되고 있다.
가격 인상은 수익성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보급형 시장은 소비자 가격 저항이 큰 만큼 제조사가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전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부담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은 판매가가 조금만 올라도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신흥시장에서는 가격 인상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판매 전략과 공급망 관리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인상 압박에 더해 중동 시장도 삼성전자에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 조짐으로 물류와 유통망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스마트폰 판매 여건도 녹록지 않다. 현지 유통 채널 운영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신제품 공급 차질은 물론 기존 재고 소진 속도 둔화도 불가피하다. 여기에 우회 운송에 따른 추가 비용과 유가 상승 가능성까지 겹치면 중저가 스마트폰일수록 수익성 방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역별 대응 전략을 다르게 취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인도처럼 수요 기반이 큰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을 통해 원가 부담을 일부 반영하고, 중동처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서는 공급망 관리와 재고 운영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판촉비 조정이나 제품별 판매 비중 재편 역시 유력한 대응 카드로 거론된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