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며 전쟁 우려가 커지자 두바이를 포함한 걸프 지역을 떠나려는 외국인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동물을 남겨두고 떠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두바이를 떠나는 외국인들이 급히 출국 준비를 하면서 반려동물을 길거리나 동물 보호시설 앞에 두고 가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현지 수의사들은 “이 지역에 머물러 있던 수천 명의 영국인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두르면서 반려동물 안락사를 문의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반려견 입양 단체 K9 프렌즈 두바이(K9 Friends Dubai)는 “반려견을 맡아 달라는 요청과 버려진 강아지 신고 전화가 폭주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 보호단체들은 가능한 보호 공간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버려진 반려동물과 관련된 온라인 게시물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오면서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의사들은 이주에 드는 비용이나 복잡한 절차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보호자들이 건강한 반려동물의 안락사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에 거주하며 여러 동물단체와 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클레어 홉킨스는 “두바이에서는 모금 활동이 엄격히 제한되고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 페이지 개설조차 허용되지 않아 단체들이 재정적으로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 알아인 지역에서 식스 하운즈(Six Hounds) 동물 보호시설을 운영하는 안소 스탠더는 “버려진 고양이와 개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하루에만 27건이나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받아주지 않으면 그냥 두고 떠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고양이 20마리를 키우던 가족이 출국을 준비 중이라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랍에미리트와 오만 사이 사막에서는 개 두 마리가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며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 동물들은 조용히 고통을 겪으며 더욱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은 우리 힘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며 “야외 고양이 보호시설 운영과 직원 인건비, 사료, 수의 치료비 등을 마련하기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