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사이버융합 최고위 과정] 박영욱 국방기술학회 이사장 “국방 AI 시대, 군·민 잇는 독립 싱크탱크와 융합 인재가 핵심”

'전쟁에서 배우는 국방과학기술의 힘' 주제

△박영욱 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이 '전쟁에서 배우는 국방과학기술의 힘'을 주제로 강연 하고 있는 모습.
△박영욱 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이 '전쟁에서 배우는 국방과학기술의 힘'을 주제로 강연 하고 있는 모습.

'2026 AI·사이버융합 최고위 과정 제2기' 두 번째 강연에서는 국방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제도, 인재, 산업 구조 변화를 입체적으로 짚는 메시지가 제시됐다. 박영욱 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은 10일 서울 강남 승광빌딩에서 열린 특강에서 '전쟁에서 배우는 국방과학기술의 힘'을 주제로, AI가 전쟁 수행 방식과 국방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는 만큼 한국도 군과 민간, 기술과 정책을 잇는 융합 역량을 서둘러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먼저 국방 AI 논의가 단순한 기술 도입 차원을 넘어 제도와 정책, 교육 체계 전반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복잡성이 매우 높아져 군사 도메인과 과학기술 도메인을 동시에 깊이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라며 “일회성 교육이나 단편적 네트워킹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양쪽 영역을 연결해주는 전문 허브와 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방과 과학기술, 산업 현장을 아우르는 융합 전문가 집단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군 출신이든 민간 출신이든, 기술을 군사 임무에 어떻게 접목할지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지금은 융합의 시대이고, AI의 본질 자체도 대상과의 융합에 있다”며 “군과 민간, 정책과 기술을 함께 이해하는 전문가 풀이 커져야 국방 AI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독립적인 싱크탱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군에 소속된 연구기관도 필요하지만, 정책과 제도의 방향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비판할 수 있는 독립성 역시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정부와 군이 언제나 올바른 방향으로만 갈 수는 없다”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비판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주요 싱크탱크의 기본 전제는 인디펜던스”라며 “정부나 특정 기업에 과도하게 종속되면 생각과 행동이 왜곡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이사장은 국방기술학회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군과 민간을 잇는 플랫폼 역할을 확대해 왔다고 소개했다. 국방 AI 정책 연구, 군 간부 대상 AI 교육, 각군 교육기관과의 협력, 기술 세미나와 학술대회 등을 통해 국방 AI 의제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해 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군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AI 교육을 대부분의 병과학교와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정책 연구에 그치지 않고 교육과 학술, 정보 교류를 통해 현장과 연결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의 상당 부분은 최근 전쟁 양상의 변화와 AI의 군사적 활용에 할애됐다. 박 이사장은 AI 기반 데이터 융합 플랫폼, 자율화된 드론 체계, 소프트웨어 중심 전쟁 개념이 실제 전장에서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는 인간의 판단 속도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AI 모델과 플랫폼이 작동하는 시대”라며 “센싱, 식별, 결심, 타격의 전 과정에서 의사결정 속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전장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AI 군사화의 윤리적 역설도 함께 짚었다. 아군의 병력 손실은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적군과 민간인 피해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울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AI는 기본적으로 아군의 입장에서 최적화를 수행하는 도구”라며 “효율성만 앞세워 기술을 도입할 경우 인간의 통제, 윤리, 책임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종 의사결정은 인간의 몫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AI가 제시한 판단을 현장에서 얼마나 인간이 수정·통제할 수 있을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국방산업의 구조 변화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그는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 방산기업 중심 질서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전차, 전투기, 미사일 같은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주계약자가 결정됐다면, 앞으로는 AI 모델과 데이터, 운영체계를 통합하는 플랫폼 기업이 전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이사장은 “전통적 방산 프라임의 시대에서 소프트웨어 디파인드 인더스트리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며 “드론도 하드웨어 껍데기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AI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현실 과제로는 획득체계와 데이터 인프라의 한계를 꼽았다. 현재 국방 획득 시스템은 무기체계와 비무기체계를 구분하는 낡은 구조에 머물러 있어, AI·드론·감시정찰 시스템처럼 경계가 흐려진 첨단 기술을 제때 도입하고 고도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장은 “AI 시스템은 전력화 이후에도 운영 데이터를 반영해 현장에서 계속 업그레이드돼야 하는데, 우리의 제도는 그런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데이터 파이프라인, 호환성, 초고속·초대용량 처리 인프라까지 함께 갖춰져야 진짜 AI 기반 국방 시스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군 내부 사용자, 즉 실질적 운영자의 역할도 강조했다. 개발자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군이 먼저 임무와 현장 수요를 명확히 설명하고, 어떤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AI는 도구일 뿐이며, 군사적 미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사용자”라며 “유저가 자신의 요구와 개념을 설명하지 못하면 개발자도 답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강연 말미에 그는 국방 AI 시대의 핵심 키워드로 다시 한 번 독립성, 커뮤니케이션, 융합을 제시했다. 기술을 아는 사람과 임무를 아는 사람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연결될 때 비로소 국방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과학기술의 힘 없이는 이제 군의 임무 수행 자체가 어려운 시대”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도메인의 사람들이 연결되고 융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2026 AI·사이버융합 최고위 과정 제2기'는 국방혁신기술보안협회와 전자신문, 법무법인 대륙아주 등이 공동 주최하는 프로그램으로, 3월 3일 개강해 약 18주간 운영된다. AI 안보 전략, 국방과학기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사이버 위협 대응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군·정부·산업계 전문가들이 강연에 참여하고 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