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격차 악용 'K-담배' 밀수출 기승…“관련 정책 손봐야”

국내 담배 가격이 주요 선진국 대비 크게 낮은 구조를 악용한 조직적 담배 밀수출이 적발됐다. 가격 구조로 인해 한국이 글로벌 담배 밀수 공급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담배 정책을 보건·재정·범죄 대응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관 당국은 국내외 담배 가격 격차를 노리고 대량의 담배를 해외로 빼돌린 조직을 적발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담배를 대량 매집한 뒤 해외 특송 화물로 위장해 호주와 뉴질랜드 등 담배 가격이 높은 국가로 밀수출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한 갑 4500원 수준에 판매되는 담배는 호주에서 약 4만1000원, 뉴질랜드에서는 3만 원대에 거래된다. 영국 역시 2만 원을 훌쩍 넘는다. 최대 8~9배 가격 차이가 발생하면서 한국산 담배가 국제 밀수 시장에서 '수익성 높은 상품'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AI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AI 이미지

해외 당국에서도 한국산 담배 밀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인도 세관 당국은 한국 브랜드 담배를 현지 최대 밀수 브랜드 중 하나로 지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세관 역시 호주행 대량 밀수 물량을 적발하는 사례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배경을 장기간 동결된 국내 담배 가격으로 꼽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5년 가격 인상 이후 사실상 1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었다. 그 사이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담배의 상대 가격은 오히려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담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청소년들의 흡연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질병관리청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두 가지 이상의 담배 제품을 사용하는 중복사용률은 61.4%로 2019년 47.7% 대비 약 14%P 급증했다.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다.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에 보건복지부 '2024회계연도 국민건강증진기금 수입지출결산보고서'에 따르면 담배를 통해 징수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연간 3조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흡연 관련 직접 의료비 5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담배 가격과 세제 구조를 범죄 예방과 재정 안정, 공중보건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국제 보건기구들도 담배 가격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2035년까지 담배를 포함한 유해 소비재들의 가격을 최소 50% 인상하는 내용의 '3 by 35 이니셔티브'를 권고하고 있다. 동시에 담배 가격 인상을 청소년 흡연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고 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