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코인 지연 틈타…달러 스테이블코인, 한국 인프라 선점 경쟁

사진=스테이블코인
사진=스테이블코인

금융업계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사업화 관련 정부 규제와 운영주체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라도 진출해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속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지지부진한 사이 국내 카드사와 핀테크 기업, 글로벌 결제 기업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실험에 잇달아 나섰다. 결제 인프라는 한번 구축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 특성이 있어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더라도 시장 기반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제기업 다날은 서클, 바이낸스 페이와 협력해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자산 결제 서비스를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을 찾은 바이낸스 이용자가 별도 환전 없이 보유 자산으로 국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달러 기반 USDC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가맹점에는 원화로 정산된다.

국내 금융사도 스테이블코인 결제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코인베이스와 협력해 USDC 기반 결제 기술 실증 중이며, 하나카드도 외국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한 카드로 국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결제 기업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냈다. 비자는 미국에서 일부 은행과 함께 카드 결제 정산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마스터카드도 서클 등과 협력해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카드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있다. 페이팔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해 결제·송금에 활용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결제와 송금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핀테크 기업이 국경 간 결제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서 기존 카드 결제나 송금보다 비용·시간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다. 정치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등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규제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법안 발의·심의 과정이 지연됐다.

업계는 국내에서 외국인 관광객 결제나 글로벌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먼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늦어지면서 해외에서 먼저 이뤄진 달러 기반 시장에 진출하려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사업화가 늦어지면 달러 기반 플랫폼으로 모든 결제·정산 구조가 예속돼 수수료 등에서 한국 발행사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시장 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먼저 들어오더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면 결국 시장 점유율 경쟁의 문제”라며 “한국은 신용카드 중심 결제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국내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사용 사례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핵심 변수는 결제 인프라 특성상 먼저 구축된 구조가 시장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맹점과 이용자가 특정 결제 방식에 익숙해질 경우 다른 결제 수단이 뒤늦게 등장하더라도 확산 속도가 제한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 인프라와 결합해 결제 시스템으로 사용될 경우 통화 선택과 결제 네트워크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스테이블코인 결제 움직임(출처-업계 취합)
주요 스테이블코인 결제 움직임(출처-업계 취합)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