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산업부 감사 결과에 전무·본부장 해임…최태원 회장 “시스템 전면 재정비”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경제단체 긴급현안 점검회의에서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경제단체 긴급현안 점검회의에서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속세 가짜뉴스 논란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자금 유용 의혹과 관련한 산업통상부 감사 결과를 통보받은 뒤 임원 4명을 해임·의원면직하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고 20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감사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요구된 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이날 상속세 관련 보도자료 배포 및 APEC CEO 서밋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 결과를 대한상의에 통보했다.

대한상의는 상속세 보도자료 가짜뉴스에 대해 책임이 큰 A 전무와 담당 임원인 B 본부장을 해임하기로 했다. APEC CEO 감사와 관련, C추진단장은 의원면직 처리하고 예산집행 절차상 추가적인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수사 의뢰할 예정이다. 숙박비 횡령 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D실장도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부회장은 이번 감사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마무리하는 즉시 사임할 예정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관련자 엄정 조치에 그치지 않고 의사 결정 구조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24년 7월 서울 제주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제47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24년 7월 서울 제주신라호텔에서 개막한 제47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신뢰 회복을 위해 △전문성 강화 △사회적 책임 재정립 △조직문화 혁신 등 3대 쇄신을 추진한다. 조직 신뢰도를 높이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대표 경제단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경제연구총괄(가칭)' 직책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기로 했다. 경제연구총괄은 대한상의 조사·연구 기능을 총괄하는 동시에 보도자료 등 대외 발표 자료에 대한 검증을 담당하게 된다.

보도자료 건수 같은 '양적 기준' 중심의 내부평가 방식을 '질적 기준' 중심으로 전환하고, 국내외 연수 지원 확대와 전문위원제 도입, 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석 교육 신설, 대학·국책연구기관과 협업 등 구성원들의 전문 역량 함양을 위한 투자와 업무 환경 개선에도 나선다.

대한상의는 법정 경제단체로 사회적 책임 이행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체질 개선도 꾀한다. 정책 건의 과정에서 기업 이외에 노동계와 취약계층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영향 평가를 함께 분석·제시하는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조직 문화와 내부 소통 혁신도 추진한다. 경영진과 구성원 간 정례 소통 채널을 제도화하고, 보고 문서 간소화와 업무 자율성을 확대한다.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 원칙을 확립하고, 조직문화 진단을 정례화해 심리적 안전이 보장되는 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다.

또, APEC 감사 결과 지적 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 일환으로 내부 통제 체계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기존 감사실을 '컴플라이언스실'로 확대 개편하고, 산하에 준법감시팀을 신설해 내부 통제와 준법 경영 체계를 정비한다. 수의계약 관리를 강화하고, 입찰 과정에서 심사위원 구성·운영 기준을 엄격히 하는 등 계약 업무 전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다.

조직 안정과 혁신을 위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전무이사 산하 경영지원부문을 상근부회장 직속 '경영기획본부'로 격상하고, 신임 본부장에는 김의구 경영지원부문장을 선임했다.

조사본부장 직무대행에는 최은락 인사팀장이 임명됐다. 신설되는 컴플라이언스실장은 이강민 감사실장이 맡기로 했다.

아울러 대외협력팀을 커뮤니케이션실 산하로 이동시켜 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 기능을 통합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신임 커뮤니케이션실장에는 소통플랫폼 업무를 담당해 온 황미정 플랫폼운영팀장이 선임됐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대응하기 위한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31일 전국상의 회장단 회의와 내달 2일 대한상의 구성원 타운홀 미팅을 잇따라 열어 이번 쇄신안을 공유하고, 구성원들과 폭넓은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최 회장은 “이번 쇄신을 계기로 정책 전문성을 높이고 사회적 역할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며, 국민과 기업 모두로부터 신뢰받는 경제단체로서 대한상의의 위상을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달 발표한 보도자료의 통계 신뢰성이 낮아 '가짜뉴스'를 배포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APEC CEO 서밋 추진 과정에서 자금 유용과 과다 지출 의혹도 불거졌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