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 대통령 아들의 일기 “아버지 얼굴도 못 본다”…이란 지도부 공포 확산

표적 살해 공포에 지도부 은신…“언제까지 싸워야 하나 내부 논쟁”
“항복하라는 메시지도 온다”…전쟁 속 이란 권력층 일상 공개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 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가운데)과 아들 유세프(파란색 점퍼).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 혁명 기념식에 참석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가운데)과 아들 유세프(파란색 점퍼). 사진=연합뉴스

이란 대통령의 장남이 전쟁 기간 아버지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밝힌 일기가 공개되면서 전쟁 속 이란 지도부의 내부 상황이 전해졌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그의 장남 유세프 페제시키안 부자의 실제 이야기다. 물리학 박사 출신으로 대학 교수이자 대통령 정치 고문을 맡고 있는 유세프가 온라인에 공개한 일기 내용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유세프는 전쟁 기간 텔레그램에 매일 개인적, 정치적 소회를 담은 글을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이란 지도부가 신변 안전 우려로 일제히 모습을 감춘 뒤로 부친을 직접 보거나 대화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적었다. 잠깐이라도 부친을 만나기 위해 반이스라엘 집회 현장을 찾았지만 결국 만나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유세프는 전쟁으로 인해 이란 지도부 내부에 공포가 퍼져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최고지도자 측근 등 고위 인사들이 사망한 이후 지도부의 긴장감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전쟁 발발 엿새째였던 3월 초 일기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공황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썼다. 또 국민은 전문가나 정치 지도자들보다 훨씬 강하고 회복력이 뛰어나다며 진정한 패배는 우리가 패배감을 느낄 때 찾아온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고 적었다.

유세프는 고위직 인사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며 표적 살해를 막는 것이 이제는 명예의 문제라고도 밝혔다.

그는 전쟁 첫 주 정부 회의에 참석했는데 전쟁 수행 전략을 두고 내부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가장 큰 견해 차이는 언제까지 싸워야 하느냐는 문제였다며 이스라엘이 파괴될 때까지인지, 미국이 철수할 때까지인지, 아니면 이란이 붕괴할 때까지인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버지에 대한 걱정도 일기 곳곳에 담겼다. 그는 부친의 남은 임기 2년이 빨리 지나가 모두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또 친구나 지인뿐 아니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도 전쟁 관련 메시지를 계속 받고 있으며, 항복하고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라는 메시지도 온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망상에 빠진 소리라고 일축했다.

유세프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 과정에서 이란이 주변 아랍 국가들을 공격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우방국에 있는 미군 기지를 공격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며 그들이 우리의 처지를 이해해줄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유세프는 약 1년 전부터 텔레그램에 일기를 올려왔으며 전쟁 발발 이후에는 거의 매일 글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뉴욕타임스의 논평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그의 지인과 이란 전현직 당국자들은 해당 글이 실제 유세프가 작성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