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 표지 없이 분자 관찰” 라만 현미경 개발…단일 분자 수준 감도 실현

전자 공명 라만 현미경 전반적인 개요. (심상희 교수)
전자 공명 라만 현미경 전반적인 개요. (심상희 교수)

형광 표지나 근접장 증폭 기술 없이도 분자 하나하나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차세대 단일 분자 라만 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심상희·우한영·박성남 고려대 교수 공동연구팀이 전자 공명 유도 라만 산란(ER-SRS) 기술과 비형광 분자 프로브(RANMP)를 결합, 개별 분자의 거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단일 분자 현미경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현대 생명과학에서는 세포 내 다양한 분자의 위치 정보를 분석해 생체 지도를 그리는 공간 오믹스(spatial omics) 연구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형광 기반 이미징 기술은 스펙트럼 대역이 넓어 동시에 구분할 수 있는 분자 수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전자 공명 유도 라만 산란 기술 또한 단일 분자 수준의 감도를 얻기 위해 결국 형광 검출 방식에 의존해야 하는 등 실용화에 제약이 따랐다.

이에 연구팀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레이저 시스템과 새로운 라만 활성 분자 프로브를 결합해 형광 검출에 의존하지 않고 단일 분자를 직접 검출하는 이미징 기술을 구현했다.

레이저 파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독립 튜닝 이중 레이저 시스템과 형광을 방출하지 않는 비형광 분자 프로브를 활용해 기존 방식의 배경 신호를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그 결과 라만 신호를 200배 이상 증폭시켜 단일 분자 수준의 감도를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특히 라만 분광법의 높은 분별력을 활용해 1나노미터(㎚) 이하 미세한 주파수 차이를 가진 두 분자를 동시에 구분해 관찰하는 '이중 이미징'에 성공했다. 이는 복잡한 생체 시스템 내 여러 분자를 동시에 식별해야 하는 공간 오믹스 분야로의 높은 확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연구는 오랜 난제였던 단일 분자 라만 신호 검출을 해결함으로써, 형광 기반 기술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바이오 이미징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앞으로 생체 적합성을 개선한 라만 탐침을 개발하고, 다양한 기능기를 도입한 분자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초다중 단일분자 이미징 기술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심상희 교수는 “분자 진동 신호로 생체분자를 구별해기존 형광 기술의 스펙트럼 중첩 문제를 극복하고, 초고해상도 이미징의 새 지평을 열었다”며 “향후 특정 세포 소기관 표적 기능 등을 결합해 살아있는 세포 내 질병 관련 분자를 정밀 추적하는 차세대 바이오 이미징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월 29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