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1부)·스탠다드(2부)'로 나누는 리그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자본시장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당국은 시장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을 기대하지만 벤처·VC업계는 낙인효과와 자금 쏠림을 우려하며 근본적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을 통해 코스닥 시장을 세그먼트로 나눠 승강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 마련에 나섰다. 우량기업과 한계기업이 혼재된 기존 구조를 개선해 성장성과 신뢰도를 갖춘 기업이 더 높은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프리미엄 시장은 시가총액 상위 성숙기업 중심으로, 스탠다드는 일반 스케일업 기업 중심으로 구성하고 부실 우려 기업은 별도 관리한다.

당국은 이를 통해 '코스닥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 중심 지수와 ETF를 도입해 자금 유입 통로를 확대하고,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도 높일 계획이다.
반면 벤처·VC업계는 리그제가 코스닥을 사실상 '코스피 2부 시장'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나뉘는 순간 하위 시장에 대한 낙인효과가 발생하고, 이는 기업 가치와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프리미엄 시장에 지수·ETF가 연계될 경우 자금이 상위 시장으로 집중되면서 중소형 성장기업이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벤처업계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닥을 별도 자회사로 분리하는 등 독립적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술 중심 평가와 신속한 상장·퇴출이 가능한 시장으로 재편해 코스닥 본연의 모험자본 시장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쟁은 코스닥을 시장 내 등급화로 개선할 것인지, 아니면 구조 개편을 통해 정체성을 재정립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며 “제도 설계 방향에 따라 시장 신뢰 회복과 벤처 생태계 위축이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