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디지털전환] AI 시대의 넥서스: 기술을 넘어 '대가 구조'와 생태계의 경쟁으로

강용성 와이즈넛 대표
강용성 와이즈넛 대표

우리가 역사를 돌아보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를 이해하기 위함이 아니라,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Nexus)'을 만들어왔고 그 연결이 산업과 경제 질서를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읽기 위함이다.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저서 'Nexus'에서 인간 사회를 '정보와 연결의 네트워크'로 설명한다.

기술의 진보는 언제나 새로운 연결 방식을 만들었고, 그 연결은 결국 시장의 구조와 대가의 방식까지 변화시켜왔다.

증기기관이 물리적 노동을 외주화했다면, 오늘날 인공지능(AI)은 지적 노동을 외주화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작동하는 '경제 구조'의 변화다.

이미 우리는 다른 산업에서 이를 경험했다. 자동차 산업은 단순한 제품 판매에서 구독 서비스와 공유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다. 전기차와 스마트카의 확산은 '차를 소유하는 구조'에서 '이동을 사용하는 구조'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가의 기준 역시 제조 원가가 아니라 사용 가치와 서비스 경험으로 이동했다.

AI 역시 동일한 변화의 흐름 위에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AI 산업은 여전히 과거의 대가 구조에 머물러 있다. 인건비와 솔루션 라이선스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원가 기반 산정 방식은, 생성형 AI 사업의 본질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구조는 전혀 다르다. 생성형 AI 사업은 제안 단계부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와 고급 인력이 투입되며, 개념증명(PoC) 단계에서는 수주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선투자가 발생한다. 구축 과정에서는 반복 실험과 고객별 커스터마이징으로 인해 기존 대비 2~4배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고, 운영 단계에서도 지속적인 모델 개선과 최적화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대가 체계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일부 기업이 가치 기반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저가 수주 중심의 경쟁이 병존하고 있다. 그 결과 동일한 사업에 대해 '가치 기반 가격'과 '원가 이하 가격'이 동시에 존재하는 왜곡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자체를 훼손하는 구조적 문제다.

특히 공공 및 일부 대형 사업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경쟁률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업이 기술 투자나 장기적인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기 어렵고, 단기 수주와 가격 경쟁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AI 산업의 본질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개선되는 서비스'임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위험한 방향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대가 구조'다.

AI 서비스는 더 이상 구축으로 끝나는 제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서비스다. 따라서 대가 역시 투입된 인력이나 기능의 양이 아니라, 실제 창출되는 가치와 사용량, 그리고 성과에 기반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산업의 구조가 바뀌었음에도 대가 체계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시장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제 정부의 역할 역시 명확해져야 한다.

첫째, 생성형 AI 사업에 적합한 가치 기반·성과 기반 대가 체계를 제도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단순한 단가 인상이 아니라, AI 서비스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산정 프레임이 필요하다.

둘째, 무상 PoC 관행, GPU 인프라 비용 미반영, 반복 실험 비용 미산정 등 현재 구조에서 발생하는 대가 산정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 이러한 공백이 지속될 경우 중소 AI 기업의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셋째, 과도한 경쟁 구조를 완화하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장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기술 역량 기반의 참여 구조, 협업 중심의 사업 방식, 그리고 적정 대가를 보장하는 환경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대한민국이 'AI 3강'을 목표로 한다면, 이는 단순히 기술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미를 넘어, 이러한 산업 구조와 시장 메커니즘까지 선도하겠다는 선언이어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은 더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더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설계한 국가가 승리한다.

이제 우리는 기술을 넘어, 산업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대가 구조'와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 그 설계의 방향이 곧 대한민국 AI 산업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강용성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초거대AI추진협의회 부회장(와이즈넛 대표) scott@wisenu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