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개방' 급한 트럼프…“자제해라” 레바논 때린 네타냐후와 첫 충돌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전쟁 후 군사행동 공개 만류…전화통화로 갈등은 봉합 분위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 이후 처음으로 공개적인 견해차를 드러냈다. 쟁점은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NBC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레바논 공습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을 이유로 미국과의 2주 휴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말 이란전 발발 이후 네타냐후 총리의 군사행동을 공개적으로 만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두 정상 사이의 불협화음은 단순한 전술 차이가 아니라, 전쟁의 최종 목표와 종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이다. 해협 봉쇄로 국제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미국 내 휘발유 가격과 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이 민심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이란과의 휴전·종전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에게 호르무즈 해협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는 이란이 약화된 틈을 타 헤즈볼라를 완전히 해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대표적인 대리세력으로, 이스라엘 북부와 맞닿은 레바논 남부를 근거지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래전부터 헤즈볼라를 자국 안보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해 왔다.

두 정상의 갈등은 일단 이날 전화통화로 봉합되는 분위기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 무장해제를 위해 레바논 정부와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군사작전 일변도에서 한발 물러선 신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스라엘 내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어, 네타냐후 총리로서도 공개적인 갈등을 장기화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겉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실제 목표는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 산하 중동정책센터의 나탄 삭스 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설득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삭스 소장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과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도록 은밀히 명분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전쟁 재개를 유도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이란과 지나치게 유화적인 합의를 했다고 보고 있다”며, 시간이 지난 뒤 이란의 새로운 불법행위 정보를 들고 와 추가 압박이나 군사조치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