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회식 대신 모임'을 선호하는 2030세대를 겨냥해 취미 기반 커뮤니티 마케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상품 판매 중심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고객의 취향과 경험을 연결하는 '모임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하인즈와 생활 커뮤니티 당근이 최근 함께 진행한 이른바 '케첩모임'이 대표 사례다. 총 1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약 9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양사는 이번 행사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9일부터 대규모 제품 증정 및 소상공인 상생을 위한 후속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유통 기업들도 러닝·골프·캠핑 등 취미 활동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형 공간과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단순한 이벤트 수준을 넘어 정기 모임과 멤버십까지 결합한 구조로 발전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CU는 올해 1월 여의도·반포·잠실 일대에서 '러닝 스테이션' 시범 운영을 시작한 데 이어, 2월 말 여의도 한강 인근에 1호점을 열었다. 이후 3월에는 러닝 플랫폼 '런데이'와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포켓CU'를 연동한 멤버십 서비스 '러닝 멤버스'를 도입했다. 편의점이 물품 보관과 휴식, 모임 기능을 결합한 '러닝 허브'로 변신한 셈이다.
백화점과 패션 플랫폼도 커뮤니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6년 3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러닝족을 겨냥한 전용 공간 '러닝 클럽'을 열고 체험형 커뮤니티 운영에 나섰다. 해당 공간은 러닝 브랜드와 체험 콘텐츠를 결합한 상설 플랫폼으로, 고객이 직접 모임을 형성하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롯데백화점은 2025년부터 잠실 롯데월드몰 일대에서 '나이키 런클럽'을 상시 운영하며 정기 러닝 모임을 통해 고객을 묶어두고 있다. 매주 수요일 저녁 월드타워를 배경으로 잠실 일대를 달리는 모임이다. 무신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홍대·성수 매장에 러닝 특화존을 도입해 오프라인 커뮤니티와 온라인 쇼핑을 연결하는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강화했다.
행사형 커뮤니티도 확대되는 추세다. 롯데월드타워는 같은 달 '스카이런' 대회를 개최하는 등 대형 이벤트를 커뮤니티 형성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호텔업계 역시 러닝 코스와 프로그램을 결합한 '런 투게더' 패키지를 선보인 켄싱턴호텔을 필두로 숙박과 취미를 결합한 상품을 늘리고 있다.
유통업계가 커뮤니티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한 매출 증대를 넘어 고객의 '시간'과 '일상'을 점유하기 위해서다. 특히 정기적인 모임과 멤버십을 통해 충성도를 높이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다. '취미 공유'가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의 여가 시간을 가져가는 콘텐츠 플랫폼이 유통업계 경쟁 상대가 된 것”이라면서 “유통기업들이 오프라인 공간을 '체험형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