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이 결국 합의 없이 결렬됐다. 양측은 2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핵 문제와 중동 군사 현안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미국 대표단을 이끈 JD 밴스 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21시간 동안 실질적인 논의를 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협상 결렬과 미국 대표단의 귀환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이는 미국보다 이란에 더 나쁜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밴스 부통령은 특히 이란의 핵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이란의 핵 시설은 이미 타격을 입었지만,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확약을 받지 못했다”며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장기적이고 확실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이란 측은 협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란 정부와 반관영 매체는 협상 종료 직후 “일부 이견이 있지만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미국이 '결렬'을 선언하고 철수 방침을 밝히면서 실제 협상 재개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 및 개방 문제 △이란 핵무기 개발 금지 △레바논 지역 군사 충돌 등 핵심 안건에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협상 결렬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물류 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이번 협상 결렬로 중동 정세는 다시 불확실성 속으로 들어갔다는 평가다. 양측이 협상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있지만, 핵 문제와 군사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기간 내 돌파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