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티켓 플랫폼 멤버십 약관 손본다…환불 제한·면책 조항 시정

공연장·티켓 플랫폼 멤버십 약관 손본다…환불 제한·면책 조항 시정

공연 유료 멤버십을 둘러싼 '환불 제한·책임 회피' 구조가 제동이 걸렸다. 환불 제한과 책임 면제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이 늘어나자 정부가 시정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개 공연장과 티켓 예매 플랫폼의 유료 멤버십 약관을 심사해 9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고 6일 밝혔다. 대상은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 공연장 17곳과 인터파크, 클럽발코니 등 플랫폼 2곳이다.

일부 사업자는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났거나 단 한 번이라도 혜택을 이용하면 환불을 전면 차단했다. 연회비 전액을 위약금처럼 묶어두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이를 과도한 부담으로 보고 가입 후 14~30일 내 전액 환불을 허용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이미 혜택을 이용한 경우에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만 공제하고 나머지는 돌려주도록 했다.

또한 기존에는 이용기간에 따른 금액과 할인·포인트 등 혜택 금액을 동시에 빼는 '이중 공제'가 일반적이었다. 이에 공정위는 두 항목 중 더 큰 금액 하나만 반영하도록 기준을 정리했다. 환불 과정에서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포인트 처리 방식도 바뀐다. 그동안 일부 약관은 지급된 포인트를 현금처럼 간주해 환불금에서 공제했다. 하지만 포인트는 사용 범위가 제한된 만큼 동일한 가치로 보기 어렵다. 앞으로는 포인트를 우선 회수하고 부족한 경우에만 환불금에서 일부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리된다.

이용자에게 일부 과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자 책임을 전면 면제하는 조항도 다수 확인됐다. 책임 비율을 따지지 않는 일괄 면책은 불합리하다는게 공정위 판단이다. 앞으로는 사업자의 고의·과실이 확인되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약관을 고친다.

또 이용자 권리 제한도 손본다. 게시물 삭제가 대표 사례다. 일부 공연장은 '정책에 위배된다'는 포괄적 기준만으로 사전 통지 없이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삭제 사유를 구체화하고 사전 통지와 소명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바꾼다.

불공정 약관조항 유형
불공정 약관조항 유형

절차 문제도 드러났다. 가입은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받으면서 탈퇴는 전화로만 제한한 사례가 많았다. 이용자의 의사표시를 사실상 제한하는 구조다. 앞으로는 온라인·유선·서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탈퇴가 가능하도록 정비한다.

약관 변경 방식 역시 조정된다. 공지 후 별도 의사표시가 없으면 동의로 간주하는 '묵시적 동의'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는 이용자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중요한 변경 사항에 대해 개별 통지를 의무화하고, 재판 관할 역시 사업자 소재지로 일방 지정하지 못하도록 했다. 민사소송법 기준에 따라 이용자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이다.

이번 점검은 시장 변화가 배경이다. 공연 티켓 판매액은 2023년 1조2696억원에서 2025년 1조7326억원으로 확대됐다. 멤버십 가입 역시 선예매 수요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었다. 실제 가입자의 70% 이상이 선예매를 목적으로 멤버십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공연 멤버십 이용 과정에서 반복된 환불 분쟁과 부담을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며 “사업자들이 시정안을 제출했고 개정 절차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활 밀착 분야 약관을 계속 점검하겠다”고 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