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관세청이 K-브랜드 지식재산권 침해 범죄 단속 결과를 발표하며 전국 특별단속에 착수한 가운데, 출시된 지 2년밖에 안된 KAIST 탈모샴푸 그래비티에서도 위조품 판매 정황이 발견돼 4월 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8일 폴리페놀팩토리(대표 이해신)가 밝혔다.
회사측은 4월 중순 일부 오픈마켓에서 그래비티 샴푸 정품을 사칭한 위조 의심 제품의 판매 정황을 확인하였다. 스킨케어·선크림 중심으로 번지던 K뷰티 위조품이 헤어케어 샴푸로 최초 확산된 사례다.
해당 제품들은 오픈마켓 최저가 판매가격보다 2000-3000원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며, 공식 판매 채널이 아닌 판매자, 비공식 리셀러를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최저가 기준보다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병 모양이 거의 흡사해 소비자가 정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회사측이 주의를 당부했다.

위조픔은 자세히 보면, 병 표면 마감이 확연히 다르고, 라벨 글자가 뭉개지거나 오탈자가 있으며, 펌프 부분이 조악하고 내용물도 진품은 맑은 투명색인데 비해, 위조품은 혼탁한 색으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금방 가품임을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이번 사례는 론칭 2년 차에 185만 병이 팔려나간 브랜드가 단기간에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나타난 '인기의 역설'로 해석된다. 그래비티 샴푸는 KAIST 이해신 석좌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프리미엄 탈모 기능성 샴푸로, 폴리페놀 성분 기반 특허 기술 'LiftMax 308' 시스템을 적용해 출시 이후 '과학자의 샴푸'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475ml 기준 1병 3만 8000원의 프리미엄 가격에도 론칭 초기 품귀 현상을 빚었고, 일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정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재판매 게시물이 올라올 정도로 수요가 집중된 바 있다. 이후, 올리브영 전 카테고리 1위, 이마트 오픈런, 일본 라쿠텐 K-뷰티 3관왕, 아마존 연쇄 완판 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3월 개최된 세계 최대 뷰티 박람회 '코스모프로프 볼로냐'에서 주최측이 엄선한 브랜드만 입점시키는 프리미엄 전용관에 국내 헤어케어 브랜드 최초로 전시됐다. 또 4월 프랑스 3대 백화점 중 하나인 쁘레땅백화점에 K-헤어케어 제품으로는 첫 입성했다.

그래비티 플랫폼그로스팀 장호석 부장은 “그래비티의 인기에 편승한 위조 의심 제품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며 가품 신고 후 판매가 중단되더라도 다른 사업자명으로 유사 제품이 다시 등록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소비자들께서는 반드시 공식 판매처와 판매자 정보를 확인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그래비티는 현재 공식 판매 채널 외 온라인 오픈마켓, 중고거래 플랫폼, 비공식 리셀러 판매 현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위조 의심 제품이 확인될 경우 플랫폼 신고, 판매 중단 요청, 증거 확보, 수사기관 협조 등 단계별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이번 그래비티 샴푸 위조품 사례는 K뷰티 위조품 피해가 대형 브랜드를 넘어. 출시 2년 차 헤어케어 스타트업까지 확산됐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4년에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위조품이 541개로 가장 많았다. 관세청은 지난해 8월, 대형 오픈마켓에 입점해 설화수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홍보한 뒤 중국에서 직배송하는 방식으로 가짜 화장품 7000여 점(정품가 기준 8억 원 상당)을 유통한 전자상거래업자를 검거하기도 했다.
2025년에는 유명 브랜드에서 타깃이 인기 인디 브랜드로 이동했다.
마녀공장 위조품이 952개로 1위를 차지하며 설화수(812개)를 앞질렀고, 조선미녀 선크림은 아마존 이베이 틱톡숍에서 밀봉 스티커와 바코드까지 정교하게 복제된 위조품이 유통됐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광둥성 포산시에서 조선미녀 SKIN 1004 등 K스킨케어 5개 브랜드 위조품 약 5만 6000개(정품가 기준 약 10억 원)가 일거에 압수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그래비티 사례를 단순한 개별 브랜드 피해를 넘어 K뷰티 위조품의 전선이 스킨케어에서 헤어케어로 최초 확장된 사례로 해석한다. 스킨케어 중심이었던 위조품이 헤어케어로 번진 최초의 공식 수사 의뢰 사례라는 점에서, K뷰티 업계 전반의 경각심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4일 관세청에 따르면, 2025년 수출입 관련 지식재산권 침해 범죄 규모는 총 2,789억 원으로 전년(1,705억 원) 대비 64% 급증했다. 이 중 화장품류가 K-브랜드 위조물품의 36%(약 4만 2,000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적발 물품의 97.7%는 중국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