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손보험 중복 가입으로 인한 보험료 이중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도입된 단체실손 중지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로 확인됐다. 보험사 시스템 미비 등을 이유로 특약 가입이 거절되거나, 보험증권 인수 자체가 거부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이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주요 보험사 6개사(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가 체결한 단체 실손계약(9583건) 중 중지특약이 포함된 비중은 0.4%(36건)에 불과했다.
![[단독] “어차피 거절됩니다”…'유명무실' 단체실손 중지특약, 가입률 고작 0.4%](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26/news-g.v1.20260526.cbc0ee7f14ae4998b92c9762fbfbe6a8_P1.jpg)
단체실손 중지특약 가입 건수는 제도가 도입된 2023년 64건에서 △2024년 57건 △2025년 36건으로 매년 줄고 있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지난 2024년부터 단체실손 중지특약을 판매조차 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
단체실손 중지제도는 개인과 회사 실손보험 중복 가입으로 인한 소비자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023년 도입됐다. 개인이 단체실손을 중지하고, 환급을 신청하면 회사가 납부한 보험료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중복으로 가입돼 있어도 개인 실손만 중지할 수 있었다.
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해 도입된 특약이지만, 실제 보험영업 현장에서는 해당 특약이 기피되고 있다. 가입자가 개인적으로 가입해 둔 실손보험 상품이 단체실손보다 보장 범위가 넓고, 보장금액이 높아도 단체 실손을 중지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실제 단체 보험계약 체결을 위한 설계 단계부터 일부 보험사들은 단체실손중지 특약을 제외한 견적서를 기업에게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기업과 보험사를 중개하는 일부 보험중개사들은 '어차피 보험사가 거절한다'며 해당 특약 가입을 막고 있다.
제도 도입이 3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단체실손 중지특약 활성화가 미미한 이유로는 기업이 해당 제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보험사의 인수 기피가 꼽힌다. 개인이 회사 단체실손을 중지하더라도, 환급 과정에서 개인별 환급액 산출이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이에 가입과정에서 중지특약에 대한 안내가 부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달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되면서, 기존에 개인이 가입한 실손 계약은 유지하고 회사가 가입한 5세대 단체보험 중지를 희망하는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료 이중 부담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단체실손 중지제도 도입 이후 단체나 개인 실손보험 중 하나를 중지할 경우, 한 계약당 연 평균 36만6000원 보험료를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단체보험 가입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보험사가 고용주에게 중지제도 특약을 적극 안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5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그간 과잉의료·보험료 상승 주원인으로 지목된 비급여 항목 보장을 축소한 대신 보험료를 대폭 인하한 상품이다. 기존 1~4세대 실손보험보다 30~50%가량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이 가능하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