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연구팀, 저에너지 광자 검출 위한 초고감도 센서 기술 개발

포스텍(POSTECH)은 이길호 물리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미국 MIT, BBN, 워싱턴 대학, NIMS 등 연구팀과 공동으로 그래핀을 이용해 단일 광자까지 검출할 수 있는 초고감도 양자 센서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길호 포스텍 교수(왼쪽)와 정우찬 박사
이길호 포스텍 교수(왼쪽)와 정우찬 박사

빛은 '광자'라는 아주 작은 에너지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알갱이를 하나씩 검출하는 기술은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우주 관측 같은 첨단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기존의 단일 광자 검출 기술은 반도체 전자 구조나 초전도체의 에너지 틈을 이용하는데, 이 방식은 안정적이지만, 비교적 높은 에너지를 가진 빛에만 반응한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적외선이나 마이크로파처럼 에너지가 낮은 빛은 검출이 어려워 새로운 방식의 센서 기술이 필요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그래핀 속 '디랙(Dirac) 전자'의 독특한 열적 특성이다. 그래핀은 전자들이 매우 가볍게 움직이고 열을 거의 저장하지 않는 물질이다. 그만큼 아주 작은 에너지에도 쉽게 온도가 변하는, 일종의 '초민감 온도계'라고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그래핀 기반 조셉슨 접합 소자를 만들었다. 핵심은 빛을 전기 신호로 읽어내는 기존과 달리, 광자가 흡수되면서 발생하는 '미세한 열 변화'를 감지하는 데 있다. 마치 어두운 방에서 작은 촛불 자체는 보이지 않아도, 퍼져 나오는 열기로 존재를 알아채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핀 조셉슨 접합 기반 적외선 단일 광자 검출기 모식도
그래핀 조셉슨 접합 기반 적외선 단일 광자 검출기 모식도

실험 결과, 광자가 한 개 흡수되었을 때 그래핀 전자 온도가 약 2K(캘빈)까지 상승했고, 그로 인해 초전도 상태가 깨지며 발생하는 변화를 전기 신호로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즉, '빛 알갱이 한 개가 지나갔다'라는 것을 전기적으로 확실하게 확인한 것이다.

성능도 뛰어났다. 87%의 높은 검출 효율을 보였으머, 잘못된 신호를 감지하는 오검출률은 초당 1회 이하, 조건에 따라 일주일에 1회 수준까지 낮췄다. 또 기존 기술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초고감도를 달성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에너지 문턱을 넘어야만 빛을 감지할 수 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극미세한 열 변화까지 읽어내는 광자 검출 원리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길호 교수는 “기존 검출 기술은 일정한 에너지 문턱을 넘어야만 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훨씬 작은 에너지 변화까지 읽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라며 “적외선부터 마이크로파 영역까지 확장해 우주 관측, 양자통신, 암흑물질 탐색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삼성전자 등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