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안전과 소비자 알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카페와 베이커리 등 외식 메뉴에 사용되는 우유의 원산지 표시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마트에서 우유를 구매할 때 원산지와 유통기한, 제조일자를 꼼꼼히 확인하지만, 커피와 디저트에 사용되는 우유의 출처는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카페에서 우유는 커피 원두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다. 라떼와 카푸치노는 물론 아이스크림, 크림 음료, 각종 디저트까지 우유는 메뉴의 맛과 품질을 좌우하는 기본 재료다. 원두의 산지와 품종은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한 잔의 맛을 완성하는 우유의 원산지를 알기 어려운 현실은 소비자의 선택권 측면에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실제로 현행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은 쇠고기, 돼지고기, 배추김치 등 주요 식재료에 대해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우유는 표시 의무 품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카페와 디저트 전문점은 업종에 따라 일반음식점 또는 휴게음식점으로 신고되는데, 어느 유형으로 신고하더라도 우유 자체에 대한 원산지 표시 의무는 없어 수입산 우유를 사용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조사에 따르면 수입 멸균우유를 사용하는 카페 가운데 원산지를 표시한 곳은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 메뉴에 사용되는 우유의 출처가 소비자에게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원산지 표시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멸균우유와 국산 신선우유의 품질과 신선도 차이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준이기도 하다. 카페 라떼와 아이스크림, 디저트 등 유제품 활용 메뉴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외식 메뉴에도 우유 원산지 표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가격 경쟁력과 긴 보관 기간을 이유로 수입산 멸균우유에 관심을 가지는 매장이 늘고 있다. 멸균우유는 장기간 상온 보관이 가능하지만, 해외에서 생산돼 장거리 운송과 유통 과정을 거쳐 국내에 들어온다.
반면 국산 신선우유는 국내 낙농가에서 생산한 원유를 사용해 제조되며, 착유 후 2~3일 내 냉장 유통 체계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국내 원유는 체세포수와 세균수 등 엄격한 품질 기준 아래 관리되고 있으며, 신선도와 안전성 측면에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전국 낙농가의 꾸준한 관리와 철저한 품질 관리 시스템이 만들어낸 국산 신선우유의 가치는 단순한 원산지 표시를 넘어 소비자가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최근 발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5 식품소비행태조사 통계보고서'에서도 소비자들이 우유를 선택할 때 단순히 가격만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원산지와 신선도, 품질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유 구입 시 가장 먼저 확인하는 정보로 신선도를 꼽은 비율은 29.9%로 가격(17.9%)보다 높았으며, 1·2순위 응답을 합산한 결과에서도 신선도는 30.7%로 가격(15.9%)의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카페 운영자의 시각에서도 우유의 원산지 표시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손상희 대표는 어떤 우유를 쓰는지가 결국 매장 신뢰와 연결된다고 강조한다. 손 대표는 “식당에서 원산지를 보고 메뉴를 고르듯 카페 음료도 어떤 우유를 쓰는지 소비자가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국산우유를 쓰는 매장이라면 그만큼 더 당당하게 알릴 수 있는 제도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국산 신선우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율적인 노력과 함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카페 운영자는 사용하는 우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는 국산 원유 사용 여부와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문화가 확산될 때 국산 우유의 가치도 더욱 널리 알려질 수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는 “먹거리 안전의 기본은 소비자가 원재료 정보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카페와 베이커리 등 외식 메뉴에도 우유 원산지 표시가 확대돼 소비자가 국산 신선우유와 수입산 제품의 차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트에서 우유를 고를 때 원산지와 유통기한을 확인하듯, 카페에서도 어떤 우유를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유 원산지 표시 제도화는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산 신선우유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받게 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도 우유의 원산지 표시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관계기관·협회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 중으로 단계적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은정 기자 judy695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