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백질 기능을 결정하는 핵심 구조 패턴을 단 몇 초 만에 찾아내는 혁신적인 검색 도구가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마틴 슈타이네거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수억개에 달하는 단백질 구조를 초고속으로 탐색해 구조 모티프(structural motif)를 찾아내는 검색 도구 '폴드디스코(Folddisco)'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단백질의 구조 모티프는 효소의 활성 부위나 결합 부위처럼 크기는 짧지만, 기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3차원 패턴을 말한다.
몇 개의 아미노산이 정확한 위치와 각도로 뭉쳐 만드는 이 구조 모티프는 단백질 기능을 식별하는 '지문' 역할을 한다. 이 지문을 찾아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단백질의 기능도 추정할 수 있지만, 기존 구조 색인 방식은 막대한 저장공간과 시간이 소요돼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3차원 구조에서 서로 인접한 아미노산 쌍의 거리, 각도, 방향 정보를 수치화하여 색인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특히 아미노산 쌍의 기하학적 특징에 곁사슬 방향 정보까지 더해 기능 부위의 미세한 형태 변화까지 정밀하게 구분해냈다.
여기에 위치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위치 없는 색인' 기술과, 드문 패턴을 더 가치 있게 평가하는 '희소성 기반' 채점 방식을 결합해 속도와 저장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그 결과 폴드디스코는 기존 방법론 대비 4분의1 수준의 색인 저장공간만으로도 검색은 20배, 색인 생성은 11배 더 빠르게 구조 모티프를 탐지해 냈다.
연구팀은 실제 폴드디스코를 활용해 그동안 기능을 알지 못했던 단백질에서 '아연집게(zinc finger)' 모티프를 찾아냈으며, 세포막 수용체(GPCR)의 활성·비활성 상태를 명확히 구분해 냈다.
폴드디스코는 아주 짧은 활성 부위 모티프부터 멀리 떨어진 구조 패턴까지 모두 검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지의 단백질 기능을 규명하는 연구는 물론 특정 활성 부위를 가진 인공 효소 제작이나 신약 후보 물질 설계 등 바이오·의약 분야 전반에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틴 슈타이네거 교수는 “현재의 폴드디스코는 단백질 구조 검색에만 국한돼 있어 핵산이나 약물처럼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다른 생체분자까지는 다루지 못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향후 검색 범위를 생체분자 전반으로 확장해, 복잡한 생명 현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통합 도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5일 온라인 게재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