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계도 물량 부족한데 LFP 급증…폐배터리 재활용 공식 흔들

삼원계도 물량 부족한데 LFP 급증…폐배터리 재활용 공식 흔들

전기차 성장기 '도시광산'으로 주목받았던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니켈·코발트 등 삼원계 배터리조차 아직 충분한 물량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금속 회수 중심 모델만으로는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사용후 배터리는 핵심광물 회수 자원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전기차 보급 시점과 배터리 수명 사이에 시차가 있어 삼원계 배터리조차 실제 회수 물량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 생산과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배터리 출하와 폐배터리 발생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재활용 기업 상당수는 실제 사용후 배터리보다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공정 스크랩에 의존해 왔고, 전기차 시장 둔화가 길어질수록 원료 확보와 수익성이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특히 LFP는 원가 경쟁력과 안전성을 앞세워 전기차 보급형 모델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중심으로 채택이 늘고 있다. 니켈·코발트 등 고가 금속 함량이 낮아 기존 금속 회수 중심 모델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국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활용 경험이 적어 관련 기술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폐배터리 재활용 정책의 중심축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까지는 사용후 배터리를 핵심광물 회수 자원으로 보는 관점이 강했지만 앞으로 회수 책임, 처리비 분담, 안전 처리 인프라 구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후 배터리는 잔존 전압과 화재 위험을 안고 있어 일반 폐기물처럼 취급하기 어렵다. 회수, 보관, 운송, 방전, 해체 과정에서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한 전용 시설과 표준 절차가 필요하다. LFP 배터리가 대량으로 회수되는 시점에는 경제성보다 안전성과 책임 체계가 더 중요한 정책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

국내 재활용 기업들도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배터리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처리 기술, 저가형 배터리의 비용 효율적 처리, 진단과 분류, 재사용 연계, ESS 배터리 회수 체계 등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박정호 아이에스에코솔루션 대표는 “배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생산에만 있지 않다”며 “사용후 배터리를 얼마나 안전하게 처리하고 순환시킬 수 있는지도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도시광산'이라는 과거의 이름을 넘어 미래 에너지 시대를 책임질 첨단 폐기물 처리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