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수의 판교We포럼] AI는 이미 가짜 영수증을 만들고 있다

△판교We포럼 강문수 위원장
△판교We포럼 강문수 위원장

우리는 오랫동안 영수증을 믿어와

영수증은 거래의 증거였고 신뢰의 상징이었다. 회사에서는 영수증으로 경비를 처리하고, 보험사는 영수증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며, 국가는 영수증을 통해 세금을 검증해 왔다. 종이 한 장이 거래의 사실을 증명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AI 때문이다.

생성형 AI는 이제 사람 얼굴이나 영상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섰다. 영수증도 만든다. 식당 이름, 사업자등록번호, 품목, 금액, 결제 시간, 카드 승인번호까지 입력하면 실제 영수증과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과거에는 영수증을 위조하려면 전문적인 편집 기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몇 줄의 문장만 입력하면 된다. 가짜 뉴스보다 먼저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은 어쩌면 가짜 영수증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는 점

기업에서는 허위 경비 처리와 법인카드 부정 사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영수증 위조를 통한 보험사기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이미 가짜 영수증을 활용한 허위 구매 인증과 조작 리뷰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AI가 위조의 비용을 거의 없애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위조 문서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AI는 글자체를 맞추고, 로고를 복제하고, 품목 배열과 서식까지 학습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의 눈으로 진위를 구별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미 현실이됐다.

실제로 최근 A씨는 생성형 AI로 위조한 진단서와 입통원 확인서를 활용해 1년간 11개 보험사에 반복 청구, 총 1억 5,000만원을 편취하다 적발됐다. 법원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영수증 위조에서 진단서 위조로, 범행 대상과 규모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사회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기업은 거래처 검증과 원본 대조, 추가 감사를 반복해야 한다. 정부는 세금 검증과 보조금 심사, 보험 심사 절차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결국 정상적인 국민과 사업자들까지 더 많은 증빙과 서류를 요구받게 된다. 신뢰 비용이 폭증하는 사회다.

[강문수의 판교We포럼] AI는 이미 가짜 영수증을 만들고 있다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4일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 체계 구축 TF'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 규모만 1조 1,571억원, 미적발 규모까지 합산하면 약 9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배경이었다. 그런데 TF의 대응 방향은 더 정교한 탐지 시스템 구축이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위조된 문서를 사후에 잡아내는 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쏟아붓는 것이 맞는 방향일까. 애초에 위조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 아닐까.

종이영수증은 건강도 위협

위험은 위조에만 있지 않다. 종이영수증 자체가 이미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마트 영수증, 택배 송장, 은행 번호표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감열지의 86.3%에서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BPA) 또는 그 대체물질 BPS가 검출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팀 연구에서는 마트 계산원이 맨손으로 영수증을 취급했을 때 소변 내 BPA 농도가 근무 전 대비 약 2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핸드크림이나 손소독제를 바른 직후 영수증을 만질 경우다. 기름 성분이 비스페놀 류의 피부 흡수를 촉진해 흡수량이 최대 10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결제 후 습관적으로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영수증을 받는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우리는 이미 결제를 디지털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는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송금은 몇 초 만에 끝난다. 디지털 금융과 디지털 화폐 시대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거래를 증명하는 방식만큼은 여전히 종이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아직 종이를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AI 시대에 종이는 더 이상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아닐 수 있다. 건강을 위협하며, 이미지로 존재하는 영수증은 복제될 수 있고, 위조될 수 있으며, AI는 그 과정을 더욱 쉽고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전자영수증이 중요한 이유

전자영수증은 단순히 종이를 모바일 화면으로 옮겨놓은 서비스가 아니다. 매장의 POS 시스템, 카드 승인 정보, 결제 데이터와 연동될 경우 실제 거래 기록 자체를 검증할 수 있는 디지털 증빙 체계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종이를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신뢰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서류가 아니라 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다. 더 복잡한 인증 절차가 아니라 위조가 어려운 거래 구조다. AI는 앞으로 더 정교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AI를 막는 것이 아니라 AI 시대에도 신뢰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AI 강국과 디지털 금융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계산대에서는 여전히 종이영수증이 출력되고 있다. 결제는 이미 디지털이다. 이제는 영수증도 디지털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