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코인 수탁시장 열렸지만…중소 커스터디 '높은 문턱'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 제안요청서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 제안요청서

공공기관 압수·압류 가상자산의 민간 수탁시장이 열리고 있다. 국세청이 첫 사업자를 선정한 데 이어 경찰청도 후속 입찰에 나섰다. 법인 가상자산 거래 제한으로 커스터디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 수탁시장마저 대형 사업자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압수 가상자산 보관·관리 사업' 입찰을 24일까지 진행한다. 사업기간은 계약 후 1년, 예산은 2억6700만원이다. 앞서 국세청이 발주한 800만원 규모 압류 가상자산 위탁 보관관리 사업의 30배를 웃돈다.

경찰청 사업은 압수 가상자산의 보관뿐 아니라 현장 지원과 후속 절차 관리까지 포함한다. 압수 자산은 100%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하며, 수사관 요청 시 지갑 생성과 자산 전송 확인을 24시간 지원해야 한다. 보관 중 자산 손실이 발생하면 100% 보상해야 한다.

공공 수탁시장 형성의 물꼬는 국세청이 텄다.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공공분야 가상자산 보유·관리체계 개선방안'에 따르면 4월 6일 기준 중앙정부가 보유한 압수·압류 가상자산은 780억원 규모다. 이 중 국세청이 521억원으로 가장 많다. 국세청은 개선방안 이후 압류 가상자산 위탁 보관관리 운영 사업자로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을 선정했다.

문제는 민간 커스터디 업계가 그동안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법인 가상자산 거래는 2017년 정부 규제 이후 원칙적으로 제한돼 왔다. 은행의 법인 명의 실명계좌 개설도 관행적으로 막히면서 기관·법인 대상 수탁 수요가 커지기 어려운 구조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허용 범위는 법집행기관·비영리법인·가상자산거래소 등의 매도 거래 중심으로 제한돼 있다.

실제 커스터디 시장은 위축된 상태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지갑·보관업자는 9개사에 그쳤고, 총 수탁고는 2025년 6월 말 7000억원에서 연말 3000억원으로 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지갑·보관업자의 영업손실도 151억원에 달했다. 시장에서 공공 수탁사업에 참여 가능한 전문 중소 커스터디 업체로는 한국디지털에셋(KODA), KDAC, 비댁스, 인피닛블록, 헥토월렛원 등이 거론된다. 거래소 계열 사업자는 업비트 커스터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청 입찰은 높은 책임과 운영 요건을 요구한다. 국세청 사업은 소기업·소상공인으로 참가 자격이 제한됐지만, 경찰청 입찰은 기업 규모 제한이 없다. 24시간 운영 인력과 손실 보상 여력을 갖춘 대형 사업자가 유리한 구조다. 법인시장 부재로 매출 기반을 쌓기 어려웠던 중소 커스터디 업체들이, 정작 공공 수탁시장이 열리자 자본력 있는 대형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셈이다.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에서도 매매·중개·보관업을 별도 업권으로 규율하고 이해상충 방지체계를 요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관·법인 자금이 유입되면 거래소의 매매 기능과 별도로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결제·이전을 관리하는 인프라가 중요해진다. 공공 수탁시장 역시 단순 보상 여력뿐 아니라 보관·관리 전문성, 내부통제, 이해상충 관리 역량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커스터디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는 거래를 많이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수탁업은 자산을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보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거래와 보관은 성격이 다른 업무인 만큼 같은 사업자 또는 같은 계열 안에서 수행하면 이해상충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